이 기사는 12월 22일 07: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정점에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시장은 점점 더 매력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 겁니다."(스티브 케인 TCW 공동 CIO)
TCW는 운용자산 규모가 2430억달러(약 310조원)에 달하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다. TCW의 공동 최고운용책임자(CIO)인 스티브 케인과 브라이언 웨일렌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연착륙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례 없는 긴축 기간이었고 상당히 큰 변동성과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두 공동 CIO와의 일문일답.
▶올해 시장은 변동성으로 크게 흔들렸습니다. 현재의 시장 변동성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올해 고정 소득 수익률은 마이너스 두자릿수에 달할 정도로 기록상 최악이었습니다. 주요 원인은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그리고 인플레이션이었죠. 처음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곧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국제 무역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했고 호주 중앙은행, 캐나다와 영국, ECB 및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연준만큼은 아니지만 유사한 규모의 긴축 정책을 펼쳤죠. 이는 고정수입에 대해 아주 변동성이 큰 환경을 조성했고 이는 긴축의 규모와 폭, 그리고 얼마나 빨리 실행됐는지를 기준으로 볼 때 전례 없는 조치였습니다. 당연히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었고 마이너스 수익률로 이어졌죠. 우리는 반 년 넘도록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고 우리의 투자 원칙을 지키면서 신용 위험에 대한 기간을 좀 더 길게 잡기로 했습니다."(스티브 케인)
"덧붙이자면 이같은 긴축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금리 차원에서 동기화된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더 큰 '미지의 양적 긴축'이라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실제로 은행에서 예비 자금을 빼내는 여러 중앙 은행들이 생겨났습니다. 자본 시장에서 유동성을 줄이는 겁니다. 이는 좋지 않다고 봅니다.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긴축 주기가 전 세계적으로 동기화되는 데 일조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브라이언 웨일렌)
▶고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사실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죠. 우리는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미리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금리인상 주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주목할 점은 금리에 민감한 주택, 자동차, 소비재 같은 부문이 최근 몇 달 동안 고금리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금리 정책이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여러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자본 지출 삭감, 채용 일부 삭감 등의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한 것이나 소비자 지출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주기의 끝을 향해 간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최근 최고치를 기록한 CPI(소비자물가지수),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의 정점을 암시합니다. 연준이 아마도 몇 번 더 금리를 올린 뒤 일정 기간 동안 중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스티브 케인)
▶그렇다면 2023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면 좀 더 부정적 효과가 있었을 겁니다. 주식은 하락했지만 실제로 소비자 수요를 감소시키기엔 충분하지 않았죠. 그래서 연준이 좀 더 불황으로 몰아넣는 전통적 방식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것이고 현재로선 이게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브라이언 웨일렌)
"추가하자면 내년에 연착륙이 될지 깊은 불황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이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러나 우리는 현재 금융시스템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유동적이며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탄탄한 상태라는 게 우리의 견해입니다. 그래서 저는 내년에 '정상적인 불황'이 될 것으로 봅니다."(스티브 케인)
▶소비자 수요 둔화를 위해 경기 침체에 들어간다면 신용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경기 침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회사가 부채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고수익 채권 시장과 레버리지 론 시장의 부도율이 역사적 최저치인 1%를 훨씬 밑도는 시기를 겪었고 한동안 그 상태가 유지되는 걸 지켜봤습니다. 따라서 경기 침체와 함께 채무 불이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또 채무 불이행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채권시장과 자본시장은 포트폴리오 손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는 스프레드 확대와 달러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대차대조표는 레버리지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몇 안 되는 긍정적인 면 중 하나는 부채라는 명목상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겁니다. 레버리지 대출 시장이나 고수익 채권 시장을 볼 때 기업들은 그다지 레버리지에 취약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역사적 평균치에 가깝죠. 기업들이 이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은 실제로 건강한 수준입니다. 이는 꽤 오랜 기간 저금리 상황이었기 때문이죠."(브라이언 웨일렌)
▶올해는 상당히 방어적으로 시작했는데요, 지난 11개월 동안 포트폴리오 포지셔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부문은 기관 모기지 담보 증권입니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국채보다 실적이 상당히 저조했습니다. 분명히 금리 인상으로 인해 모기지가 연장됐고 연준의 이어진 정책으로 모기지 시장엔 역풍이 불었죠.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보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모기지는 유동성이 좋댜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기회가 생길 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에 유용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비기관 모기지 담보증권 시장이 가장 가격이 잘못 책정된 영역일 겁니다. 이 시장은 근본적으로 건전하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주택 가격도 올랐습니다. 저희는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시장 중에서 비기관 모기지 담보증권이 향후 매력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스티브 케인)
▶가격이 잘못 책정됐거나 현재 시점에서 좋은 기회가 있는 다른 부문이 있을까요? 아니면 향후 6개월 뒤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느 부문일까요?
"은행들이 상당히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은행은 고도의 규제를 받았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부채를 발행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했죠. 대차대조표를 더 건실하게 만들고 유동성이 더 개선되면서 위험 회피 기능을 갖게 됐습니다. 이는 채권 투자자로서도 좋은 측면이죠. 역사적으로 은행은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의 약 3분의1을 차지해왔는데 올해는 절반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양의 부채를 발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발행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한 영역이기도 합니다."(브라이언 웨일렌)
"상업용 모기지 담보증권에 대해선 아직 저희가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사실 우리가 투자한 비중은 낮은 영역입니다. 이 시장은 탄탄한 데다 단일 자산, 단일 차용자(SASB) 시장에서 아주 눈에 띄는 부문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불이행이 곧 표면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2023년에 투자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죠."(스티브 케인)
▶유동성이 여러 해 동안 악화돼왔다고들 합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동성과 관련된 의견이 있습니까?
"유동성은 사실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넣고 빼고 재구성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유동성이 있었죠. 그러나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을 이동하는 게 어려워졌습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과정에 유동성을 통합해야 한다는 걸 투자자들에게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자산을 관리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브라이언 웨일렌)
▶마지막으로 현재 시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사실 수익 관점에서 볼 때 올해는 참 거친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정 수입에 대한 배분을 늘린 건 경기 침체기가 끝날 때, 수익률이 떨어질 때 추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총 수익률이 증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중요합니다."(스티브 케인)
"우리는 10년이 넘도록 양적 완화를 겪어왔습니다. 실제로 중앙은행이 달성하려고 했던 건 분산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죠. 사실상 모든 것이 유사한 범위에서 거래되도록 하고 외부 요인과 가격 책정에 따른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걸 목적으로 한 겁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브라이언 웨일렌)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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