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일(현지시간) 한일관계에 문제가 있지만 양국 간 미래 협력을 위한 어젠다가 적지 않다면서 양국이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포럼의 한일 협력 특별 세션 환영사에서 "우리는 한일관계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번 행사에서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학자 E.H 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거론, "그는 역사는 과거와 미래의 대화라고 했다"며 "지난해 우리가 (이 행사에서) 공급망과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 논의했던 것처럼 (양국) 사람들은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미래 협력을 위한 많은 어젠다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최 회장은 취재진을 만나 "동맹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끼리 지금 처해 있는 문제가 뭔지 서로 이해의 깊이를 더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이 과거보다 협력을 위해 더 나은 기반에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낫다고 얘기할 순 없다. 낫다 아니다가 아니라 더 강화돼야 한다"며 "동맹 강화 얘기가 아니라 이해를 토대로 해야 하고, 상대를 얼마나 잘 아느냐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및 마켓 상황이 다 다르다면서 "이를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며 "우리도 우리의 얘기를 상대에게 이해시켜줘야 얘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마지막 세션 인사말에서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은 경험을 소개했다. 때마침 최 회장 뒤의 대형 화면에는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이 백악관에서 화상 면담을 마치고 먼발치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장면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최 회장을 대면 면담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화상 면담으로 대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 회장이 백악관을 나설 때 멀리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어 환송했다.
최 회장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상황이었다"면서 누가 로미오이고 줄리엣인지는 모르겠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좌중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최 회장은 화상 면담에서 22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소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발표"라며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었다.
최 회장은 이날 사회적으로 공익에 기여하는 단체들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으며, 이제는 기업가들도 지정학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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