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게 없거든. 그런데 낮에도 밤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니까. 가게 몇 개가 새로 생기더니 다들 그 가게들을 찾아 오는 것 같더라고."(신당동에 거주하는 60대 A씨)
지난 5일 찾은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번 출구부터 서울중앙시장 골목엔 월요일 낮임에도 가게마다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래된 쌀가게와 주방가구점이 대부분인 골목에 베이커리와 술집, 소품샵 등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성수동에 이어 신당동이 MZ세대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신당동 떡볶이'로 불렸던 서울중부소방서 골목 쪽이 아니다. 황학동으로 이어지는 서울중앙시장 방면이다.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에 올릴 만하다)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새로운 별명도 생겼다. 힙하다와 신당동을 합친 '힙당동'이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불리는 것 처럼 이제는 신당동이 '힙당동'이 됐다.
'힙당동'의 낮과 밤은 또 다르다. 낮엔 골목을 지키고 있는 쌀가게, 주방가구점을 드나드는 고객이 훨씬 많지만 해가 지면 조명을 밝힌 '힙'한 가게들에 하나둘 사람들이 몰려든다. 저녁 6시가 되자 심세정, 더피터커피 등 골목을 대표하는 가게들엔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평소에도 '힙당동'을 자주 찾는다는 한 대학생 이모씨(23)는 "집이 신당동 인근이라 원래도 이 거리를 많이 찾았는데 최근 유튜브 등에 동네가 소개된 이후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힙당동'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이 골목에 가게를 내려는 예비 창업자들도 몰려들고 있다. 다만 새 가게를 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먼저 이 골목에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아서다.
인근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가게를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을 땐 하루에 4~5팀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정작 매물이 없어서 소개를 못 해주고 있다"며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건물주들이 많아 상가 매물이 거의 없다. 문의가 많지만, 기약이 없어 문의하는 창업자에게 '기다려보시라'는 말도 이젠 하지 않는다"고 했다.
'힙당동'이 유명해지면서 권리금 수준이 가파르게 올랐다. 최근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점도 예비 창업자들의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인근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힙당동' 골목에서 나온 상가 임대차 시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수준인데 길 건너편 상권(신당역 4번 출구 방면)은 보증금 3000만~4000만원, 월세 140만원 수준까지 내려간다"며 "상가 권리금도 '힙당동' 골목은 3.3㎡(평)당 최고 1억5000만~2억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다. 이러다 보니 예비 창업자들이 고민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인근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상가 대출의 경우 금리가 9~10% 수준까지 치솟아 대출을 끼고 산 주인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주인들도 이자를 내기 위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다 보니 기존보다 월세를 더 올려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핫플레이스가 된 성수동이나 을지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창업할 수 있다는 점도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신당동이 포함된 서울중앙시장 상권 임대료는 올해 2분기 기준 3.3m²당(1층) 14만4120원이다. 이는 성수역 상권(17만3298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구청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과 6호선 청구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추진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되면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대상지는 신당역 퇴계로변 일부와 신당역에서 청구역을 지나는 다산로변으로 해당 면적은 19만9336m²에 달한다.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있고 서울시에 심의를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최근엔 MZ세대 등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점포가 많을수록 상권 성장 속도가 빠르다. 바이럴 마케팅 등 SNS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며 "예전엔 사업자만 잘해도 성공했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몫도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당동 일대 임대료가 유명 상권 대비 낮다는 점, 개발 호재가 남아있다는 점, 주변에 이 지역을 대체할만한 상권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봤을 때 앞으로 3~5년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개발이 추진되면서 힙당동만의 색깔이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당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신당역 일대로 추진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이 가시화되면 이 일대는 더 빠르게 변할 것"이라며 "다만 이 상권이 뜬 이유가 오래된 점포들 사이에 젊은 세대들이 찾을 수 있는 점포가 들어서면서 신구(新舊)가 조화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냈기 때문인데, 개발이 되면 이런 특색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송렬/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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