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25 남침 이후 국민 모두에게 ‘적’으로 각인돼 왔지만, 국방백서 명기 여부는 논란을 거듭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한다’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북측 인사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온 다음 해인 1995년 국방백서에서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바뀌었으나, 2010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란 표현이 그해 국방백서에 다시 등장했다. 문 정부 시절인 2018년, 2020년 국방백서에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이 우리의 적’이라고만 했다.
문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고 변명하겠지만, 이런 유화책은 북핵 고도화에 시간만 벌어줬다. 완성 단계에 이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양한 소형 전술핵, 5년 뒤 200기로 늘어날 핵무기가 그 증거다.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대 행위를 하지 말자고 한 ‘9·19 남북 군사합의’도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올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만 30차례가 넘는다. 그제와 어제도 동·서해상으로 포 사격 도발을 했다. 적이 아니고선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북한=적’이란 규정을 없앤 것은 한국군의 전시 대비태세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위험천만한 시도였다. 북방한계선(NLL) 침범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단호한 대응을 하기보다는 청와대 눈치만 보는 군을 만들었다. 이제는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적’ 규정이 해이해진 군의 정신을 재무장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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