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시멘트 운송 기사를 상대로 첫 행정 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예상보다 장기화하자 정유·철강 부문으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 업체 19개와 운송 기사 516명을 대상으로 운송 개시 여부를 확인한 결과, 미복귀자 1명이 확인됐다고 7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미복귀자 1명은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돼 이날 경찰에 고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시멘트 부문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이후 업무개시명령 불응 관련한 첫 제재 사례다.
운송 업체가 업무개시명령에 1차 불응하면 위반차량 운행 정지 30일, 2차 불응 땐 허가 취소를 당할 수 있다. 운송 기사는 1차 불응 땐 자격 정지 30일, 2차 불응 땐 자격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이에 더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미복귀 운송 기사가 당장 자격 정지를 받는 건 아니다. 지자체에서 소명을 들어보는 과정을 거쳐 최종 처분이 결정된다. 국토부 현장조사 결과, 운송 업체 19개와 운송 기사 475명은 운송을 재개했다.
한편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이어가자 건설업계는 줄소송을 예고했다. 건설 현장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화물연대의 시멘트 집단 운송 거부로 발생한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등 피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까지 화물연대의 시멘트 집단 운송 거부로 전국 115개 건설사, 총 134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785개(58.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게 연합회의 설명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의 동조 파업으로 부산·울산·경남 등 일부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작업이 중단되는 등 공사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건설노조에 대한 추가 소송 방안도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소속사(종합 1만2510개, 전문 4만6206개, 설비 6230개)를 대상으로 소송 참여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화물연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LH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공공주택 건설 공사가 중단되면 매일 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H가 전국에 시행 중인 공공주택건설 현장 총 244개 중 174개 현장이 이미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만 해도 128개 현장이었지만 총파업이 길어지면서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LH가 진행하고 있는 공사가 중단되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비용과 입주 지연 보상금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달만 건설 공사가 중단돼도 피해 규모만 1400억원이라는 게 LH의 설명이다. 공공주택 입주가 장기간 지연되면 무주택 서민 등 입주예정자들은 대체 주거지를 마련해야 하는 등 불편도 커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화물 수송에 나선 운송 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르면 8일 정유·철강 부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한다고 했다.
원 장관은 "화물 수송의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필요하다"며 "전반적으로 현장에서 운송 복귀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화물연대 지도부와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방침에 메여 있는 부분도 많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운송 기사와 지도부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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