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창작 분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단어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프로그램 등이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간하는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올해는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판도가 바뀌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AI 업체인 오픈AI는 지난 4월 ‘DALL-E 2’를 비롯해 ‘미드저니’(7월), ‘스테이블 디퓨전’(8월)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중국의 IT 업체 바이두도 동양화를 학습한 AI인 ‘웬신 이지(Wenxin Yige)’를 선보였다.
AI가 생성한 이미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디지털 이미지가 대량으로 필요한 메타버스, VR(가상현실) 등 플랫폼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코헤런트마켓인사이츠는 2020년 33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이미지 시장 규모가 2025년 42억달러로 커진 뒤 2028년 4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디지털 이미지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AI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AI 이미지를 활용하면 디자이너에게 외주를 맡기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리서치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콘텐츠 시장에서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비중은 2020년 1%에서 2025년 1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AI가 인간의 솜씨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배경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있다. 최근 이미지를 처리하는 GPU 성능이 크게 개선돼 기계학습(머신러닝) 속도가 빨라졌다. 1초에 수천억 개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돼 생성하는 이미지가 매우 정교해졌다.
로빈 리 바이두 CEO는 “앞으로 10년간 AI를 통해 디지털 이미지 생성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동시에 제작 속도는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레이 피터스 게티이미지 CEO는 “AI가 만든 콘텐츠의 합법성 논란이 있어 콘텐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지 조치를 결정했다”고 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 자체의 저작권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미국 저작권청은 AI의 그림에 저작권을 부여하기를 거부했다. AI 연구가 스테판 탈러는 항소했지만 올 2월 저작권청은 재차 기각했다. AI가 원저작자가 되기 위해선 먼저 법률상 인격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2위 이미지 데이터업체인 셔터스톡은 AI를 전격 수용하기로 했다. 10월 오픈AI와 손잡고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폴 헤네시 셔터스톡 CEO는 “자동차가 말발굽 제조업을 죽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장장이가 되는 것보다는 새로운 세계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혁신가가 되는 게 낫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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