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송경근)는 지난 7일 위메이드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소속 4개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상대로 제기한 위믹스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8일 오후 3시부터 4개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사고팔 수 없게 됐다. 위믹스 소유자는 위믹스를 개인 지갑 또는 해외 거래소로 옮겨야 한다.
닥사는 업비트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 계획보다 실제 유통량이 많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반면 위메이드 측은 암호화폐 유통량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이고, 문제가 된 유통 물량을 모두 회수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유통량 계획에 문제가 있었고, 위메이드의 조치 또한 거래소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주식과 달리 위믹스와 같은 가상자산은 발행인이 상당량의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지갑에 이를 보관한 다음 계획유통량에 따라 추가 유통하면서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발행인은 추가 대가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유통량 증가에 따라 시세 하락 등 손해를 입게 된다. 이 같은 유통행위는 즉시 적발하기 어렵고 사후 발견도 쉽지 않다. 주식처럼 공시를 강제하거나 규율할 수 있는 제도가 없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적발 권한을 부여받은 자도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거래소는 가상자산 발행인의 정보를 토대로 유통량 점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소명을 요청하고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②는 위믹스클래식과 위믹스코인을 마이그레이션하기 위해 예치해둔 물량으로 유통량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는 유통량 위반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위믹스파이 서비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치한 400만개 위믹스 코인 중 유동성 공급에 사용된 159만여개는 유통량에 산입돼야 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도 7차 소명자료부터 이 물량을 유통량에 포함했다. 이 물량을 포함한 유통량이 계획된 수량을 벗어났다면 유통량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①의 경우 위메이드가 지난 10월 11일과 17일 두 차례 위믹스 6400만개를 담보로 제공하기 위해 다른 지갑으로 옮겼고, 그중 3580만개를 담보로 제공한 다음 KSD로 대출받아 스테이블코인 USDC로 변환했다. 당시 계획된 유통량 대비 14.5%를 유통한 것인 만큼 유통량 위반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가 자기 지갑에서 잠금 해제한 가상자산은 모두 유통량으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코코아파이낸스 담보 대출을 위한 물량과 위믹스파이 서비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치한 물량은 유통량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얘기다.
닥사가 투자유의 종목 지정을 두 차례 연기하면서 소명 기회를 제공했지만 계속된 오류와 입장 번복으로 유통량 관리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유통량 위반 여부도 모두 해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반 사유가 해소됐더라도 유통량 위반이라는 사유가 발생했고, 위반 정도가 중대해 거래소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무런 정보 제공 없이 우회적으로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를 제공하는 등 위믹스를 유통한 것은 유통량 계획 위반이자 투자자에 대한 위믹스 유동화 금지 약속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단기적으로 위믹스 보유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를 침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잠재적 투자자 등의 손해와 위험을 미리 방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처분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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