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구석구석엔 그런 역사가 흐른다. 새롭게 탄생한 재생공간이 아니더라도 시간의 궤적을 살피며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유달산 밑 볕이 잘 들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평지에는 일본인 구역이 있었다. 조선인 구역은 산언덕 뒤편과 바다 앞 등으로 밀려났다. 목포역에서 10분 거리인 목포오거리가 여행의 시작점이다. 만호동, 유달동 일대 남촌은 적산가옥과 일본풍 건축물이 밀집해 있다. 지금도 잘 정돈된 일본식 정원과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최초의 근대식 건물인 옛 일본 영사관은 유달산이 주변을 감싸고 있고, 아래로는 일본인 주거지와 항구가 한눈에 보인다. 건물 뒤편엔 82m 길이의 방공호도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 어촌의 상징인 온금동, 서산동은 당시 삶과 애환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서산동 시화골목은 목포 어촌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시인과 화가, 주민들이 뜻을 모아 2015년부터 3년간 조성했다. 영화 속에도 나왔던 ‘연희네 슈퍼’를 시작으로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느 골목으로 올라가도 ‘보리마당’과 만난다. 이 길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이 붙어 있다. 삐뚤빼뚤하지만 삶의 깨달음이 가득한 할머니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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