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김경선 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이 127.9%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보험사가 보험료로 1000원을 받았는데 보험금으로는 1279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9년 133.9%, 2020년 129.9%, 지난해 130.4% 등으로 매년 130% 안팎에 달했다.
도수치료와 하지정맥류, 오다리교정술 등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진료가 만연한 게 실손보험 만성 적자의 주범으로 꼽힌다. 김 연구위원은 향후 5년 동안 실손보험 누적 위험손실액을 약 30조원으로 추정하면서 정상화를 위해선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간 보험료 조정한도(±25%)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실손보험 신상품 요율 조정주기를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는 20일께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최종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작년 10~12%, 올해 14.2%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인상률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으로 인상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단순히 보험료만 올리는 게 아니라 실손보험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새로운 비급여 진료는 반드시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해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건보공단이 비급여 표준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료는 내년에 최대 2%대까지 인하될 전망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2.9% 낮추기로 결정했고 메리츠화재는 2.5%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와 고유가 등으로 자동차 이동량이 줄어든 탓에 손해율이 개선됐고, 정치권도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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