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는 <반지의 제왕>이나 <듄>에 견줄 만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등에 참여한 할리우드 유명 콘셉트 디자이너 이안 맥케이그(사진)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눈물을 마시는 새>는 영웅의 여정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냈다”며 “우리에게 ‘영웅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질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눈물을 마시는 새>의 게임과 영상화를 위한 아트북 <한계선을 넘다> 출간을 계기로 이뤄졌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이 작가가 2002년 PC통신 하이텔에서 연재한 소설로, 한국 대표 판타지 작품이다. 맥케이그와 국내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이 소설을 게임 및 영상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2년간 준비한 일러스트 등을 모은 책이 <한계선을 넘다>다. 책에는 원작 소설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소재로 한 300여 점의 일러스트와 작품 줄거리, 상세한 해석이 담겼다. 지난달 11일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3일 만에 초판 5000부가 다 팔렸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소설에는 도깨비, 두억시니 같은 한국적 판타지 요소가 등장한다.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맥케이그는 “소설이 잘 쓰였다면 등장인물이나 개념이 친숙하지 않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서구권에서 처음 접하는 신들, 괴물들, 종족들이 등장하지만 엄청난 공감과 연민을 자아낸다”고 했다.
그는 한국형 판타지가 게임, 영화 등 여러 매체로 진화 가능한 지식재산권(IP)을 품고 있다고 봤다. “한국의 판타지 작품은 아무리 환상적이더라도 인간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예컨대 <눈물을 마시는 새> 속 등장인물들은 결함과 잠재력을 함께 지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아주 조금만 떼어내도 얼마든지 거대한 시리즈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맥케이그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해 ‘해리포터’ ‘어벤져스’ ‘터미네이터’ 등에 참여해 초기 캐릭터의 기틀을 잡았다. ‘스타워즈’의 아미달라 여왕, 다스 마울 등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대작 영화 작업을 이어온 맥케이그는 “나의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성 연대기> 등을 쓴 미국 판타지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이야기로 내 머릿속을 채우며 자랐다”며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 <듄>을 쓴 프랭크 허버트, <어둠의 왼손>을 쓴 어슐러 르 귄 등을 좋아한다”고 했다.
<눈물을 마시는 새> 시각화 작업도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가능했다. 맥케이그는 “소설을 두세 번씩 읽는 동안 내 머릿속은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여러 장면으로 채워졌다”며 “손광재 크래프톤 아트 디렉터와의 작업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협업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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