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8㎓ 주파수 할당 내용을 점검했다. 그 결과 KT와 LG유플러스가 할당 취소, SK텔레콤이 이용 기간 단축(6개월) 처분을 받았다. 28㎓ 장비 설치율이 이행 목표보다 훨씬 낮은 10.6~12.5%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사가 약속한 투자를 포기하고, 정부가 할당한 주파수를 회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 사건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란 타이틀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5G 상용화는 전 정권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이 주도했다. 핵심 메시지는 ‘LTE(4G)보다 20배 빠르다’였다. 정부는 ‘진짜 5G’와 ‘세계 최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8㎓와 3.5㎓를 패키지로 묶어 할당했다. 홍보는 속도가 빠른 28㎓로 하고, 통신장비의 설치는 3.5㎓ 중심으로 진행한 것이다.
우리가 쓰는 5G는 3.5㎓ 주파수를 활용한다. 주파수 대역폭이 좁아 데이터 처리 속도가 LTE의 2~3배 수준에 불과하다. 5G가 정부의 홍보 문구처럼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려면 28㎓ 대역 주파수에서 5G만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제 통신’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들이 이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과포화 상태다. 매년 조 단위가 들어가는 만만찮은 투자금 때문에 신규 사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가 통신 비즈니스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전환(DX) 수요 덕에 데이터센터 등 이른바 ‘비통신’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번 사건은 6G 등 미래 통신망 상용화를 준비 중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적을 위해 통신사에 적자가 뻔한 투자 계획을 요구하거나 무리한 일정을 강요하는 행태는 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가 통신사들의 반란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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