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문장]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입력 2022-12-08 18:33   수정 2022-12-09 01:26

남의 둥지에 슬쩍 자신의 알을 낳아 키우는 탁란(托卵). 두견이과의 새(뻐꾸기류)가 대표적이다. 오목눈이의 둥지에 숨어든 뻐꾸기가 오목눈이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의 알을 낳아 채워 넣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내외. 오목눈이 아비와 어미는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라 여기고 열심히 벌레를 물어와 먹인다. 이것을 자연의 섭리라 불러야 할지, 영악한 뻐꾸기의 속임수나 오목눈이의 눈먼 모성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목눈이의 사랑>은 말한다. ‘내 둥지에서 자라서 날아간 뻐꾸기 새끼와의 인연이 단순히 우리가, 또 내가 정말 바보 같고 멍청해서만 맺어졌던 것일까.’

낳은 정과 기른 정. <오목눈이의 사랑>은 그 둘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목눈이 ‘육분이’는 뻐꾸기 새끼 ‘앵두’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인도의 고추잠자리처럼, 육분이는 12㎝에 10g도 안 되는 작은 몸으로 수평선을 가른다. 바다를 건너는 것에는 뭔가 사람을 압도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맹목적인 사랑 또한 그러하다고.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이끌리듯 <오목눈이의 사랑>을 읽었다.

소설가 허남훈(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