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사업부문의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해외 출장과 글로벌 마케팅 행사 등을 대폭 축소하고 각종 경비 지출을 절반가량 줄이기로 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로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DX(디바이스경험)부문 비상경영체제 전환’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DX부문은 이날부터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3’을 포함해 해외에서 진행하는 전시나 행사 운영비, 관련 출장자를 50% 이상 축소하기로 했다. 해외 출장을 화상회의로 대체해 출장비도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경영 계획과 전략을 수립할 때 시장조사기관이나 컨설팅회사 자료를 가급적 쓰지 말라는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사무용품 등 소모품비도 올해보다 50% 절감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경기 상황을 ‘전례 없는 위기’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금융시장 경색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TV, 가전 등 제품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빠른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3조38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29% 줄어들 전망이다.
정지은/배성수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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