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음모론에 기초한 흥미진진한 여정

입력 2022-12-12 10:01   수정 2022-12-12 16:01


많은 작가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다.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초강력 베스트셀러들은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퍼져나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렸다.

2003년 출간된 <다빈치 코드>는 첫해에 700만 부가 팔린 뒤 2012년 1억 부를 넘어섰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다빈치 코드’의 진위를 가리는 다큐멘터리도 제작됐다. <다빈치 코드 깨기>와 <예수는 결혼하지 않았다>와 같은 <다빈치 코드>를 반박하는 서적이 출간되기도 했다.

<다빈치 코드> 출간 당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무섭고 복수심이 강한 미국인이 세계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2006년 영화 <다빈치 코드>가 개봉될 당시 우리나라 개신교계에서 영화 관람 거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성경’에 정면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반발이 컸던 것이다.

‘성경은 신의 작품이 아닌 인간의 작품이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닌 놀라운 영향력을 지닌 역사적 인물이었을 뿐이다. 예수는 부활해 승천한 것이 아니라 막달레나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지금까지 그 가문이 이어지고 있다. 예수를 신처럼 묘사한 복음서만 골라 윤색한 것이 성경이다.’
주인공과 함께 추리해보라
이런 내용과 함께 가톨릭을 나쁘게 묘사해 책이 나오자마자 질타가 쏟아졌다. 소설에 나오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장소와 그림을 정확히 묘사한 부분도 많지만 <다빈치 코드 깨기>에 보면 음모론 자체만이 아니라 작중의 고증 오류도 많음을 알 수 있다. <다빈치 코드>는 1947년 사해 서안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구약성서 사본에 예수와 막달레나의 관계가 언급돼 있다고 썼지만, 실제로 사해사본은 수천 년 전 성서와 똑같은 내용이어서 성경의 진실성을 완벽히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야흐로 이야기 하나로 세계를 열광시키는 콘텐츠의 시대다. 최근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한 놀라운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이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중학교 2학년생부터 80대까지, 많은 작가가 뜨거운 창작혼을 불태우는 중이다. <다빈치 코드>는 상상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접해볼 만한 책이다. 청소년 세트도 1권과 2권을 합쳐 587쪽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다빈치 코드>는 성배를 찾아가는 긴박하면서 기묘한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저자 댄 브라운은 수학교사인 아버지의 덕을 많이 봤다고 서문에서 밝혔는데, 수학부터 그림까지 두루 탐험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로버트 랭던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가 루브르 박물관 큐레이터 자크 소니에르가 죽으면서 남긴 글과 그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펜타그램, 비트루비우스적 인간, 피보나치 수열, 1:1.618의 마법 PHI, 애너그램, 그림 최후의 만찬이 남긴 비밀, 크립텍스’ 등 흥미로운 개념이 줄줄이 이어진다.
스토리텔링을 익히기 좋은 소설
<다빈치 코드>는 기승전결이라는 4막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각 구간 안에서 각각의 기승전결이 또다시 펼쳐진다. 도발적인 내용, 흥미로운 장치, 위기와 클라이맥스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 만큼 스토리텔링을 익히기 좋은 소설이다. 서양 작품들을 접하다 보면 스토리와 비유, 에피소드 등에 성경이 깔려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13일의 금요일이 주는 공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같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 다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흥미로운 사건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만큼 음모론에 교묘하게 빠져들 수 있으므로 성경과 다른 부분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일 뿐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강의 콘텐츠를 구상한다면 <다빈치 코드>는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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