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 8구역 등 전국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주택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 경색으로 시공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시공사 선정 불발로 사업까지 연기되면서 조합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선 이미 시공 계약을 맺은 건설사가 건설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시공권을 포기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울 도심 노른자 사업지로 꼽히는 신당 8구역 재개발 사업도 지난달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건설만 응찰해 ‘복수 응찰’ 요건 미충족으로 유찰됐다. 조합은 다음달 2일 두 번째 입찰을 벌일 예정이지만, 두 곳 이상 건설사가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요즘 건설사들은 서울 주요 입지라도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크게 높지 않으면 수주에 나서지 않고 보유 현금을 지키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간 서울 강북구 강북 5구역 재개발 조합도 두 차례 연속 참여 업체 수 부족으로 입찰이 불발됐다. 이에 조합은 DL이앤씨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내년 초 시공 계약 체결에 나설 예정이다. 같은 이유로 서울 서초구 신동아 재건축,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광진구 중곡1단지 공공 재건축, 영등포구 남성 재건축 사업 등도 연내 시공사를 선정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인천 A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사업비 부담이 커진 탓에 영세 조합들은 자재값 인상분을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할 여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수익성 악화와 미분양 위험 증가로 일부 사업장에선 사업을 수주한 건설사가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건설은 9월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재개발 사업 컨소시엄에서 탈퇴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수주 물량을 늘리고 있는 B사는 최근 시공권을 따낸 사업장 조합들에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시공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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