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거치며 그런 관행이 깨지기 시작했고, 그 균열이 극명하게 드러난 게 2003년 카드 사태 때였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김석동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는 당국에 맞서 한 금융권 인사가 “은행은 돈을 버는 기업”(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이라며 맞섰다. 김 전 행장은 카드 수수료 인하, 한계 기업 지원 등을 거부하다 연임에 실패했다. 실패한 쿠데타였으나 파장이 컸다.
모피아(재무부+모피아) 천하가 깨진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다.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사 모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사 모임) 등 대통령과 인맥·학맥으로 연결된 인사들이 낙하산을 타기 시작했다. ‘관치 금융’을 ‘정치 금융’이 대체한 것이다. 그러나 주도 세력이 바뀌었을 뿐 권력이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폐해는 여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 수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를 중용했으나 대통령 자신이 “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적용하느냐”는 등 상식 밖 발언으로 시장에 더 큰 관치 폐해를 입혔다는 평가다.
새 정부에서도 예외 없는 관치 논란이다. 금융당국이 금리 조정 문제부터 기관 인사까지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제는 3연임에 의욕을 보이던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참석 후 갑자기 사퇴를 선언, 외압설이 재차 불거졌다. 물론 금융 수장의 자격에 관해 당국이 입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 정부와 가까운 관료나 금융권 인사들의 이름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래서야 ‘과거 정권들과 다른 게 뭔가’라는 지적에 할 말이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매는 일은 삼가야 한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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