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정부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막판 협상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까지 인하한다는 것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예산 부수법안인 세제 개편안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가 중점 논의됐다. ‘법인세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반발에 막혀 법인세 관련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내대표 간 담판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추 부총리가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방세를 합친 법인세 실효세율은 경쟁국인 대만이 20%, 한국은 27.5%”라며 “조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먹거리인 반도체 등을 대만에 빼앗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혜택을 받는 대기업은 최근 고유가로 높은 수익을 올린 정유사 등 초대기업”이라며 반발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내 친기업 인사들도 법인세 최고세율 이하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더라도 의원들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당의 의견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김진표 의장이 ‘법인세 인하안 선 처리, 2년 후 시행’의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다. 김 의장 주재 회동에서 박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바깥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감액 예산 규모와 관련해 민주당은 ‘최소 5조1000억원’, 국민의힘은 ‘최대 2조6000억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부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해에 비해 올해 예산 증가율이 크게 낮은 만큼 지난해를 기준으로 산출한 민주당의 감액 예산 규모는 셈법이 안 맞다”고 말했다.
법인세와 관련해 어느 쪽이 물러서느냐가 내년도 예산안 협상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내년 세제 개편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입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협상 스타일과 맞물려 관련 논의가 다음주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폭을 정부가 제시한 3%포인트보다 낮은 1~2%포인트 인하를 이끌어 내는 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독자 수정 예산안 처리를 주장하며 당정을 압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이 실패하면 정기국회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9일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이 제시한 수정안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진표 의장은 “한쪽의 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시한인 11일 오후 2시를 다음 데드라인으로 잡고 다시 협상에 들어갔다.
노경목/황정환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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