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만든 협의체가 10일 공식 발족한 가운데,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정쟁으로 소비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나"라고 지적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에서 창립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 명예 회복과 철저한 진실·책임자 규명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명으로 구성됐다.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한 행정적 역할 촉구 △정쟁을 배제한 철저한 국정조사와 성역 없는 수사 등 모든 수단을 통한 진실 규명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참사 유가족들을 위한 소통 공간 및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 마련 △2차 가해에 대한 단호한 대처 등을 요구했다.
창립선언문을 낭독한 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협의회 출범과 관련,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 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 이러한 횡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대표를 맡은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부친 이정철 씨는 "저희를 왜 정쟁으로 몰고 가는가"라며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는가. 이것이 책임 있는 정부여당이 할 말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세월호 같은 길이 어떤 길이며, 어떤 길인데 그길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냐"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정부 세력이냐, 저희가 반정부 세력이냐"고 물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심장 같은 아들을 떠나보내고 수액으로만 살고 있는데 여기에 무슨 정쟁이 있냐"고 울부짖었다.
한편,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의힘은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의 연대 움직임에 벌써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며 "무엇이 그렇게 두렵냐"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권 의원의 '종북', '횡령' 발언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마저 욕보이고 있다"며 "재난을 막지 못한 책임에 대해 반성은 못 할망정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단체를 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찾으시라. 유체 이탈로 세월호 참사 책임을 외면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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