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뱅가드는 최근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에서 탈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업계 이니셔티브가 투자업체 선정과 관련한 견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덱스펀드에서 ‘탄소배출 제로’ 이슈의 접근법에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뱅가드가 인덱스펀드에 ESG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라면 ESG에 문제가 있는 기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운용 자산 기준 세계 2위 규모(8조4663억달러)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의 탈퇴로 ESG 진영 균열도 불가피해졌다. NZAM은 2050년 내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자산운용사들이 2020년 출범시킨 협의체다. 블랙록,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세계 4대 자산운용사와 아문디, JP모간 등이 참여하면서 NZAM은 자산운용업계에 ESG 투자 기조를 잡는 역할을 해왔다.
기후 운동단체인 뱅가드SOS의 케이시 해럴 수석전략가는 “뱅가드는 고객에게 최선의 이익을 제공하는 대신 우파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며 “이제 기후 위험을 우려하는 투자자는 (뱅가드가 아닌)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블랙록도 ESG 투자 방침을 놓고 공격받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미 패트로니스 미국 플로리다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록이 운용 중인 자산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랙록이 투자 수익률보다 ES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회수 이유로 들었다.
영국의 행동주의 투자자인 블루벨캐피털은 정반대 이유로 지난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블랙록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광산업체에 투자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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