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방파제를 높이 쌓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직면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1976년 설립된 신보는 신용보증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마다 방파제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견·대기업 등으로 지원 대상이 확대돼 역할이 커졌다. 지난 8월 31일 취임한 최 이사장은 3년 임기 중 100일을 넘겼다.
최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출 부실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현재 일반보증 부실률은 2.0%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3%)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금리가 더 오르고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최 이사장의 전망이다. 그는 “자체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부실률이 0.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스타트업과 건설업 등이 취약하다”고 했다.
신보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보증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P-CBO는 신보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신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최근 3년간 13조6000억원어치의 P-CBO 신규 보증을 공급했다.
1조원 규모의 ‘건설사 신용보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산업은행이 별도 기구를 만들어 건설사 보증 PF ABCP를 매입하고, 신보가 매입 금액의 80%를 보증하는 구조다. 최 이사장은 “경제 환경이 어려울수록 중요해지는 신보의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 중심의 전통적 신용 평가와는 다른 새로운 평가 모형도 실험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은행 네이버 등과 ‘이커머스 사업자 보증’ 도입을 준비 중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나오는 다양한 거래 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해 보증하는 상품이다.
이달 초 빅데이터 전용 포털 ‘BASA’도 출시했다. 신보가 보유한 기업 데이터와 기업분석 역량을 서비스화한 것이다. 중소기업, 금융기관, 공공·학계 등 수요에 맞춰 △인공지능(AI) 경영 진단 △기업정보 조회 △기업통계 서비스 등 각종 데이터를 제공한다.
■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1960년 경북 청도 출생
△중대부고, 고려대 경영학과, 영국 버밍엄대 금융경제학 석사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 합격
△2012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및 국정과제1비서관
△2013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14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
△2018년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2022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글=박상용/사진=김병언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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