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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규제 개선을 제외한 지원 방식은 대부분 돈이 필요합니다. 자금은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마련하죠.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국회가 심의·확정한 정부 예산안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관이 정부의 예산안과 세금이 쓰인 내용을 정리한 회계 결산안을 분석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회계 결산과 내년 예산안 등을 바탕으로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전합니다.
“모태펀드 제도 개선 필요”
한국의 주요 스타트업 지원 정책 중 하나가 모태펀드 제도다. 모태펀드는 민간의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원이다. 벤처캐피털(VC) 등에 출자하면 VC는 이를 종잣돈 삼아 벤처 펀드를 만들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모태펀드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수요를 끌어낸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5200억원)보다 줄인 313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70% 이상 급감했다. 이에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올 3분기 국내 벤처투자액은 1조25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40.1% 줄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모태펀드는 기존에 조성된 펀드의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어 (내년 예산은) 큰 무리 없이 벤처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 모태펀드 예산액 규모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업계의 불만과 달리 관련 예산 규모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7월 기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자펀드에서 조성이 완료된 자펀드 중 3조 7540억원이 미투자됐다. 최근 투자 회수액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내년 신규 출자액 규모의 적정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모태펀드 관련 정부의 회수액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산안 심사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모태펀드 회수액 전망과 회수액 재출자계획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중기부로부터 보고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는 매년 자펀드 청산 시 발생한 손익을 국고로 회수하지 않고, 자금을 출자한 계정에 귀속해 재출자에 활용하고 있다. 2019년에 전체 펀드 출자액에서 회수 재원의 비중이 63%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중기부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신규 예산안으로 조성하는 자펀드 출자규모, 계정·분별 출자금액을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회수재원으로 조성하는 자펀드에 대해서는 계정별· 분야별 출자계획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보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수재원은 급증하고 있지만 해당 쓰임에 대해서는 국회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팁스 운영사 감독 강화”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up)도 한국 정부의 핵심 스타트업 정책 중 하나다. 민관 공동 창업자육성 사업이기도 하다. 성공한 벤처인, 엔젠투자회사 등 민간 부문에서 유망한 기술 창업팀을 투자?보육하면 정부가 연구개발(R&D) 및 창업 사업화, 해외마케팅 등을 매칭해 지원하는 민간 주도의 기술창업 프로그램이다. 정부가 책정한 내년 팁스 예산은 올해보다 늘었다. 1100억 7500만원으로 올해보다 41.5% 증가한 규모다. 소관 부처인 중기부는 기존의 정부 지원 중심에서 민간 주도로 창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정책기조에 따라 팁스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팁스 대상 기업은 2013년 15개에서 올해 500개로 증가했다. 팁스 프로그램의 사업 구조는 이렇다. 성공한 벤처인 등을 주축으로 한 팁스 운영사가 민간 역량을 활용해 창업기업에 먼저 투자한다. 팁스 운영사가 해당 기업을 정부에 추천한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창업 사업화 자금 등을 매칭해 지원한다. 팁스 운용사가 유망 창업기업의 발굴?투자 및 보육 등 팁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는 창업투자회사, 대중소기업 등 분야별 전문성과 자금조달 능력을 갖춘 다양한 기관이 팁스 운영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는 팁스 운영사 선정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국회의 중기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팁스 운영사의 확대만큼 그에 따른 책임성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팁스 프로그램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세부사항을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규정하고 있다. 팁스 운영사는 정기점검 및 중간평가, 종료평가 등을 받아야 한다. 사업수행 실적이 미흡하거나 의무수행 기간(4년) 중 평가 결과에 따라 팁스 운영사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매년 정기 점검을 실시해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경우에도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 지정기간 종료 후 사업 성과 및 활동실적이 미흡한 경우에는 정부가 3년간 운영사의 신규 참여를 제한할 수도 있다.
중기부는 최근 3년간 37개 팁스 운영사를 신규로 지정했다. 4개 운영사는 지정 취소됐다. 다만 지정 취소된 운영사의 경우에는 모두 자진 반납 의사에 따른 조치였다. 중기부는 사업 부실 또는 성과 부진 등의 사유로 운영사의 지정을 취소한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성과 부진 발생 이전에 민간 운영사의 자율적 조정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37개 운영사의 3년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성과가 부진하거나 부정 집행 사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중기부가 운영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기유니콘 사업은 강화"
정부의 아기유니콘 지원 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중기부의 '아기유니콘 200 육성 사업'의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기유니콘 200 육성 사업은 혁신적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은 유망 창업기업을 정부가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예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이 사업의 예산은 180억원이다. 전액 집행했다. 아기유니콘 사업으로 지원을 받기 위한 기업의 신청 요건은 투자 실적(2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이 있는 업력 7년 이내의 창업기업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200개사를 선발·육성할 계획이다.(2020년 40개 사 →2021년 60개 사 → 2022년 100개 사) 국민과 국내외 민간전문가가 함께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유망 창업 기업을 평가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한다. 아니유니콘으로 지정된 기업은 시장개척자금, 후속지원 및 유관기관 연계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기존 창업 사업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업화에 주력하는 반면 아기유니콘 사업은 제품 개발이 완료돼 시장 출시 이후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해당 사업으로 지원받는 기간이 1년으로 한정돼 있어 아기유니콘 지원이 종료된 이후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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