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2일 16: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 부결에도 한전채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열린 5000억원어치 한전채 입찰 결과 2년 만기 회사채에 1조48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에 3900억원이 몰렸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전은 2년 만기 회사채 3800억원과 3년 만기 회사채 14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연 6%에 육박했던 한전채 발행 금리도 낮아졌다. 2년 만기 회사채는 연 4.470%, 3년 만기 회사채는 연 4.650%에 책정됐다. 2년 만기 회사채의 경우 지난 8일 열린 입찰에서 연 4.6%에 낙찰된 것보다 0.13%포인트 줄었다.
IB 업계는 기관 투자가들의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도 한전채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용도 AAA 급인 한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올해가 가기 전 본회의를 열어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기관 투자가들은 우량채에만 쏠리고 있다. AAA 급 신용도를 갖춘 SK텔레콤은 이달 초 열린 2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93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 회사채 525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8250억원, 5년 만기 회사채 4300억원, 10년 만기 회사채 1550억원이 각각 접수됐다. 발행 금리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됐다.
다만 신용평가업계가 한전의 신용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규모 적자 속에서 채권시장 접근성이 저하되면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전의 국내 채권 발행 규모는 28조8000억원(8일 기준) 수준이다. 2020년 3조4000억원 2021년 10조4000억원 대비 크게 뛰었다.
이상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자본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연내 한전법 개정 재추진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대체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한전의 자금 조달 경로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