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영국 조선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글로벌 조선사들이 선주사에서 수주한 1만DWT(순수화물 적재 톤수)급 이상 탱커는 97척이다. 클락슨리서치에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낮다. 선종별로 보면 정유·화학제품 운반선이 82척으로 대다수였고, 원유 운반선은 11척에 그쳤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은 이 중 17척(비중 17.5%)을 수주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연결 자회사인 베트남 야드가 낸 실적(26척)까지 합산하면 중국(42척)과 비슷한 규모다. 우리 조선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VLCC는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서 LNG선 등 가스 운반선으로 발주가 쏠렸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신조선가가 2020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21개월 연속 오른 점도 발주 부진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내년부터는 탱커 발주량이 반등세를 보일 전망이다. EU가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원유와 화학제품 등의 수입 경로를 미국이나 중동 산유국으로 대체하면, 선박 운항 거리가 최대 10배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가 발표된 후 글로벌 탱커운임지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의 발주가 급증할 전망이다. 수주 잔액이 많지 않은 데다 노후 선박 교체 수요도 상당해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신조 수주는 탱커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먼저 VLCC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른 업체와 달리 2025년 인도 예정인 단납기 슬롯을 일부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 대비 품질적 우위가 확실한 만큼 올해보다는 양호한 실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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