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올해 사우디가 G20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가 내놓은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는 8.5%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7.6%로 인도(6.8%), 중국(3.2%) 등을 제치고 G20 중 가장 높다.
에너지 가격이 GDP를 끌어올렸다. 지난 3분기 사우디에서는 석유 개발과 판매·정제 등 석유 부문이 전년 동기보다 14.2% 성장했다. 전체 GDP 중 40.7%가 여기서 나왔다. 정제 산업을 제외한 석유·천연가스 부문 증가율은 14.8%에 달했다.
3분기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8~108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가격(62~7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사우디는 유가 강세로 올해 1020억리얄(약 36조원)의 재정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흑자다.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은 전체 재정수입의 75%를 차지한다.
G20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유가상한제는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날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금은 유가상한제의 정확한 영향을 확인할 수 없고 제재가 실제 이행되는지도 불확실하다”며 “러시아의 대응을 보고 향후 원유 시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2016년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석유 외 부문 육성에 힘써왔다. 3분기 GDP에서 석유 정제를 제외한 제조업 부문 성장률은 11.0%로 석유 정제(7.7%)를 제쳤다. 기타 자원 채굴(7.6%), 금융 및 보험(5.6%) 부문 등도 커졌다.
사우디가 최근 속도를 높이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사우디는 5000억달러를 들여 자국 내 친환경·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탄소중립 미래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날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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