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고유가에 올 8%대 고성장…G20 중 1위

입력 2022-12-12 17:58   수정 2022-12-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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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주요 20개국(G20) 중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며 석유사업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그러나 석유사업은 사우디에 ‘양날의 검’이다. 서방이 도입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의 파장이 커질 수 있어서다. 원유 수요를 줄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크다.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세계 최대 스마트도시 네옴시티 건설을 서두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천연가스 사업 급성장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통계청은 올 3분기 사우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조360억리얄(약 362조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잠정치(8.6%)를 소폭 웃돌았다. 1분기와 2분기 GDP 증가율은 각각 9.9%, 12.2%였다.

블룸버그는 “올해 사우디가 G20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가 내놓은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는 8.5%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도 7.6%로 인도(6.8%), 중국(3.2%) 등을 제치고 G20 중 가장 높다.

에너지 가격이 GDP를 끌어올렸다. 지난 3분기 사우디에서는 석유 개발과 판매·정제 등 석유 부문이 전년 동기보다 14.2% 성장했다. 전체 GDP 중 40.7%가 여기서 나왔다. 정제 산업을 제외한 석유·천연가스 부문 증가율은 14.8%에 달했다.

3분기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8~108달러 수준으로 전년 동기 가격(62~7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사우디는 유가 강세로 올해 1020억리얄(약 36조원)의 재정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흑자다.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은 전체 재정수입의 75%를 차지한다.
네옴시티로 탈석유화 나서
내년 사우디의 재정흑자 규모는 올해보다 84% 줄어들 전망이다. 4분기부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이 깨지며 급락하고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G20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유가상한제는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날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지금은 유가상한제의 정확한 영향을 확인할 수 없고 제재가 실제 이행되는지도 불확실하다”며 “러시아의 대응을 보고 향후 원유 시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2016년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석유 외 부문 육성에 힘써왔다. 3분기 GDP에서 석유 정제를 제외한 제조업 부문 성장률은 11.0%로 석유 정제(7.7%)를 제쳤다. 기타 자원 채굴(7.6%), 금융 및 보험(5.6%) 부문 등도 커졌다.

사우디가 최근 속도를 높이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비전 2030의 핵심이다. 사우디는 5000억달러를 들여 자국 내 친환경·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탄소중립 미래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날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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