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드 하미 감독의 영화 ‘라 멜로디’(2018)는 시몽이 수업 첫날부터 좌절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연주는커녕 바이올린을 제대로 잡지도 못한다. 팝가수 셀린 디옹을 클래식 성악가로 아는 학생까지 있다. 수업 분위기는 얼마나 산만한지 30초도 집중할 수 없다. 그러던 차에 아놀드가 나타난다. 몰래 수업을 엿보던 그는 천부적인 바이올린 실력을 보여준다. 다우드는 아놀드와 함께 아이들을 이끌면서 연주회에 나갈 실력을 키워나간다. 철부지 아이들이 음악을 함께 배우며 성장하고, 훌륭한 연주를 해내는 모습이 감동적인 작품이다.
정식 교육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다.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도 마찬가지였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다 운명적으로 18세에 작곡가 밀리 발라키레프를 만나게 됐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그를 찾아 음악을 배웠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법에는 남다른 개성이 담겨 있다. 신비롭고 매혹적인 분위기, 풍요로운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그가 러시아 전설이나 문학을 중심으로 방대한 서사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든 영향도 크다.
아라비안나이트는 여자를 믿지 못하게 된 왕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랑에 눈뜨게 해준 셰에라자드를 그린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셰에라자드를 4악장의 음악으로 구성, 이국적이면서도 호소력 짙은 선율을 들려준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왕벌의 비행’도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에 나오는 곡이다. 윙윙거리는 왕벌의 날갯짓을 묘사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 시몽은 아이들이 도통 음악에 관심이 없자 학교 관계자에게 따진다. “왜 억지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냐”고.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다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보지 않았을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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