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낙점되면서 연말 금융권 낙하산 신호탄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금융사 인사에서도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를 포함한 전직 관료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회의를 열고 손병환 현 회장 후임으로 이 전 실장을 단독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 전실장은 손병환 회장의 임기가 끝난 내년 1월 1일부터 향후 2년간 NH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달 14일부터 NH농협금융 회장 및 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개시했다. 시장에선 손 회장이 연임하면서 임기가 1년 더 연장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3월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 지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에 오른 바 있으며,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래 사실상 첫 내부 출신 회장이었다.
농협중앙회는 2009년 회장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으로 인한 비리 등을 막기 위해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꾼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다른 기관장과의 형평성, 농협 경영 활동의 지속성 등을 이유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행정고시 26회인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좌장을 맡아 초반 정책 작업에 관여했으며,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NH금융 사례를 시작으로 또다른 낙하산 인사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신한금융 차기 회장 선임에선 조용병 현 회장의 3연임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조 회장이 스스로 사퇴한 바 있다. 진옥동 현 신한은행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뒤 시장에선 정부와의 교감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징계 문제를 두고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손 회장에 '라임사태'에 대해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국이 미뤄왔던 징계를 진행한 데 대해 일각에선 손 회장을 밀어내고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선 손 회장의 후임으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장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엔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초대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이밖에 최근 자녀 특혜 의혹으로 사퇴를 결정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후임과 내년 1월 초 임기가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인사도 관심사다.
관치 낙하산 분위기가 커지면서 금융노조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금융권 모피아 낙하산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 10만 조합원 단결대오로 낙하산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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