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내년은 하반기 증시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따라 펀드시장도 갈수록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경우 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2년 펀드시장과 2023년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은 총 49조2957억원 증가해 837조7000억원을 기록, 전년 말 대비 6.3% 성장했다"고 했다. 다만 이 성장률은 작년 연간 성장률의 13.4%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1월~11월) 기준으로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펀드시장이 10년 만에 최저 성장을 보인 건 주식·채권시장 조정으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글로벌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통화 정책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달러 초강세, 코로나로 인한 중국 본토 봉쇄조치 속 경제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조정을 보였다"며 "이 과정에서 작년 큰 폭으로 증가했던 채권형과 채권혼합형 펀드가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짚었다.
다만 파생상품형과 부동산형, 특별자산형 펀드는 작년보다 더 증가해 전체 설정액 성장률 둔화를 일부 방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내년 펀드시장 전망은 어떨까. 오 연구원은 펀드시장이 자산시장의 흐름에 따라 '상저하고'(상반기 상승·하반기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단 개선된 성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오 연구원은 "신영증권은 내년 코스피 예상 지수 밴드를 2140~2710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반기보단 하반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높게 보며 지수보단 업종과 테마·종목 대응이 중요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환매의 파고'는 한 번 넘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 오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도 증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 이후 유입됐던 자금과 올해 시장 급락 시 유입된 저가매수 자금이 시장상승에 따라 차익실현성 환매로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2020년과 작년 사이 코스피지수가 초강세를 보이며 3300선을 돌파할 당시 유입됐던 자금이 18조원이 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내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등 대체투자 영역도 회복을 보이며, 사모펀드와 해외펀드도 기존의 성장궤도로 일부 복귀할 것으로 봤다. 오 연구원은 "올해 부동산 펀드와 특별자산 펀드 등 대체투자 상품의 성장률은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나며 일부 개선세를 보였지만 연말로 갈수록 높아진 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강달러, 유동성 등에 운용환경 악화된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하반기 이후 개선되며 다시 가파르게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해외 펀드의 경우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기가 펀드시장으로 낙수효과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다만 강달러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 부담 등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에셋 오너들 사이에서 해외투자 속도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실제로 사학연금은 최근 중장기 자산배분안을 일부 바꿔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투자 비중을 줄인 바 있다. 때문에 해외펀드가 코로나 이전 시기의 성장률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오 연구원 의견이다.
개별적으론 배당주 펀드의 성장세를 높게 점쳤다. 배당제도 선진화 등으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오 연구원은 "이번에 정부에서 밝힌 대로 선진국과 유사하게 배당제도가 변경 된다 면 배당금을 알고 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자는 배당금을 받 기까지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며 "배당주 펀드는 올해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라고 했다.
ETF 시장에 대해선 보다 가파른 성장을 전망했다. 올 들어 ETF 순자산가치 총액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조정으로 상반기까진 역성장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저가매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전년 말 대비 10.9% 늘어난 82조원을 기록했다. 오 연구원은 "내년에도 여러 ETF가 소개되면서 시장이 지속 성장할 전망"이라며 "특히 작년 말 거래소에서 검토 의견을 밝힌 여러 ETF 관련 제도적 지원이 가시화한다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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