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신라젠 대표(사진)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연구개발 현황·향후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지배구조 개편, 충분한 자본 확보. 우수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제 그 결실을 맺고자 한다"고 했다.
신라젠은 지난 10월13일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신라젠이 거래재개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고 상장유지로 결론 내면서다. 이번 거래재개는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지 2년 5개여월만이었다.
하지만 '신뢰 극복'은 신라젠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앞서 신라젠은 거래정지 기간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등 거래소가 요구한 개선이행 계획을 대부분 이행하면서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 특히 주력했던 건 연구개발(R&D) 인력 강화였다.
신라젠은 연구개발 인력을 지난해 대비 40% 늘렸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릴리에서 임상 경험이 풍부한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해 의사(MD) 3명을 영입했다.
경영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신라젠은 지난 5월 법인(엠투엔·18.23% 보유)을 최대주주로 맞아 자본확충과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엠투엔은 최근 책임경영을 위해 신라젠 보유주식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늘리고, 3년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BAL0891은 전임상 결과 대장암, 위암, 신세포암 등 다양한 암세포주를 효과적으로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 투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도 보였다. 단독제제로서의 효능뿐만 아니라 '파클라탁셀'과 병용 시너지 효과도 확인됐다.
BAL0891의 기술이전으로 신라젠은 그간 한계로 지적됐던 '펙사백' 중심의 단일 후보물질 구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는 거래소가 상장유지로 결론 낸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신라젠은 BAL0891의 기술이전을 마쳤으며, 미국에서는 임상 1상을 허가받아 3개 임상기관에서 환자등록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내년 초 임상을 계획 중이다. 임상 1상은 우선 전이형 고형암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추후 혈액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라젠은 신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인 'SJ-600' 기반의 시리즈(후보군) 개발 현황도 소개했다. SJ-600 후보군은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복 투여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주기적 투여가 가능하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투여 농도를 감소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J-607'의 동물 전임상을 마무리했으며, 국제적인 학술지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일부 물질은 서울대학교와의 효력 실험도 완료했다. 신라젠은 향후 이 후보군을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할 계획도 있다. 기술수출을 향후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신라젠은 거래재개 직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1만655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주가(12일 종가 기준·9520원)는 거래정지 전 종가(1만2100원)보다 21%가량 떨어졌다. 금리인상기 속 성장주로 분류되는 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신현필 신라젠 부사장은 "결국 라이선스아웃해 승률 높은 도전을 해야 한다"며 "SJ-600 등 후보물질이 모두 잠재적인 라이선스아웃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내년부터 라이선스아웃하려고 시도할 것이지만 물론 결과물이 언제 나올지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대략적으론) SJ-600은 논문이 나오는 때가 라이선스아웃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를 충실히 하면서 회사 체질이 강화되면, 여기에 시장이 정상화되면 이에 비례해서 주가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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