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과거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에서 조선인과 일본인의 노동 조건이 같았다는 주장을 또다시 되풀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13일 일본 정부가 1일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보존현황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올해 12월1일까지 보존현황보고서를 내도록 결정문을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는 조선인 강제 징용자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일본의 세계유산 관리 방식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일본은 보고서에서 "당시 세계의 탄광 대부분에서 아마 그러했듯, 하시마 탄광에서의 노동도 모든 광부에게 가혹했다"며 "그러한 조건이 한반도 출신에게 더욱 가혹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지금까지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총동원법에 따른 국민 징용령은 당시 모든 일본 국민들에게 적용됐다며 '희생자들'은 출신지와 관계없으며, 근대산업시설에서 노동하다 사고나 재난으로 고통받거나 숨진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일본 측은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IHIC)를 시찰하기 전 '부정확한 정보'를 받아, 2차대전 당시 징용 정책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를 갖게 됐다는 의견도 내놨다.
보고서는 "(징용 정책은) 당시 일본의 일부였던 한반도 출신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적용됐다"며 "한반도에서 징용된 노동자들은 봉급을 받는 등 일본 출신과 동일한 환경에서 일했고, 노예 같은 노동을 하도록 강제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관계 오류와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역사적 조사에 근거해 IHIC 전시의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유네스코와 ICOMOS 공동조사단은 일본이 2020년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실사한 결과 1910년 이후 '전체 역사'(full history)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냈다. '전체 역사'는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을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한국인 강제 징용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것을 뜻한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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