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3일 15: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퍼지면서 장기물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 지표인 기업어음(CP)도 하락 전환하는 등 자금시장 경색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주(5∼9일) 만기 5년 초과인 장기물 거래량은 201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량은 유통시장에서 실제 거래가 체결된 회사채 규모를 뜻한다. 만기 5년 초과 장기물 거래량은 11월 셋째 주(14~18일)에 4억원에 그쳤지만, 11월 넷째 주(21~25일) 610억원, 11월 다섯째 주(28일~12월 2일) 130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거래량은 채권시장 투자심리와 직결된 요소다. 채권시장이 위축될수록 만기가 짧은 단기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기 때문이다. 장기물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건 침체한 채권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장기물 투자심리 회복세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장기물로 분류되는 10년 만기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10년 이상 장기물(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제외)을 발행하는 건 지난 6월 KB금융지주(AAA 급) 이후 처음이다.
자금시장 경색 사태를 초래한 CP 금리도 꺾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1급 CP 91일 물 금리는 지난 12일 전 거래일보다 1bp(1bp=0.01%포인트) 내린 연 5.53%에 마감됐다. CP 금리가 하락 마감한 것은 2021년 4월 16일(연 0.97%) 이후 처음이다.
다만 최악의 위기가 지나갔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용도가 낮은 A급 이하 회사채 투자심리가 주춤한 데다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이 해소되고 있지 않아서다.
한국은행도 지난 5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CP 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연말 자금 수급 여건 등을 비추어 볼 때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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