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최근 내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소청과 지원자는 33명으로, 전국 병원들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207명의 15.9%에 불과했다. 서울의 ‘빅5’ 대형병원 중 서울아산병원만 정원을 채웠을 뿐 나머지는 미달이었고, 세브란스병원은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소청과 지원율은 2019년 80%로 처음 미달한 데 이어 해마다 급감해왔다. 올해 전공의를 마치는 4년차가 170여 명인데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소청과 전공의 없는 종합병원이 내년 32%, 2024년에는 60%에 이를 거라고 한다.
소청과 붕괴 이유로는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신생아 급감, 건강보험 수가가 낮은 데다 비급여 수익이 거의 전무할 정도의 진료비 통제,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 의료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 등이 꼽힌다. 최근 5년간 폐업을 신고한 소청과 의원이 660여 곳에 이르고, 대부분 요양병원, 통증클리닉, 피부미용클리닉 등으로 전업했다고 한다. “아이의 생명을 지켜줄 수 없다면 누가 애를 낳으려고 하겠느냐”는 소청과 의사의 호소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상황이 열악한 건 소청과만이 아니다.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도 지원자가 미달했거나 간신히 정원을 맞췄다. 반면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는 정원의 2~3배가 몰렸다. 힘들고 위험하고 보상도 적은 과목의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지방소멸 현상과 함께 지방 병원들의 처지가 더 열악한 것은 물론이다.
외과, 소청과, 산부인과 등은 의료법상 종합병원이 갖춰야 할 필수 진료과목이다. 그런데도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말이 되겠나. 난도 높은 의료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상급 종합병원조차 필수과목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의료대란’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의료 불균형 해소에 나서야 한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서도 구체적인 인력수급 계획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비인기 과목에 대한 수가 인상, 인센티브 제공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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