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할인' 끌리긴 하는데…4세대 실손보험 환승 '딜레마'

입력 2022-12-13 17:37   수정 2022-12-14 00:48

4세대 실손보험으로 바꾸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이 이달 종료 예정인 가운데 갈아타기 여부를 둘러싸고 1~3세대 상품 가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내년 보험료가 두 자릿수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상품보다 월 보험료가 10~70%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의 매력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료 이용 건수가 많으면 보험료가 300%까지 할증되는 구조 탓에 4세대 전환율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4세대 전환, 6월에 급증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시행 중인 ‘1년간 보험료 50% 할인’ 인센티브가 내년부턴 적용되지 않는다. 당초 이 인센티브는 올해 6월까지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12월 말까지 연장됐다. 할인 종료를 앞둔 6월에도 막바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4세대 전환 건수는 1~5월 3만~4만여 건에서 6월 7만5946건으로 뛰었다. 이달에도 막차를 타려는 전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세대 상품은 1세대에 비해 약 70%, 2세대와 3세대에 비해선 각각 50%, 10% 가까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40대 남성의 4세대 월평균 실손보험료가 1만1982원이라면 1세대 상품은 4만749원이다. 보험사 실손보험 적자 구조가 이어지면서 내년에 1~3세대 보험료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최소 한 자릿수 후반, 최대 두 자릿수 상승률을 예측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고객의 4세대 전환을 이끌어낸 설계사에게 보험료의 최대 700%를 시상금으로 제공하며 1~3세대 비중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4세대 상품의 경우 실손보험 적자 주범으로 꼽히는 도수치료와 영양제 등 비급여 이용 횟수가 제한돼 보험사로서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세대 141.9%, 2세대 123.8%, 3세대는 129.3%다. 4세대의 경우 작년 7월 출시돼 아직 유의미한 손해율 통계치가 잡히진 않지만 1~3세대에 비해 손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료 할증, 높은 자기부담률
하지만 가입자 입장에선 4세대 상품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의료 이용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적용된다. 4세대 상품은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가 분리되는데, 연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제로’면 다음해 특약 보험료가 5% 할인된다. 반면 고객이 타간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보험료가 300% 할증된다. 병원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보험료가 급증할 수 있어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가입자가 많다.

자기부담률이 높은 것도 소비자가 4세대 전환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1세대 실손의 자기부담률은 0%여서 보험사가 모든 치료비를 보장해준다. 이에 비해 4세대 자기부담률은 급여가 20%, 비급여는 30%다. 재가입 주기가 15년(1~3세대)에서 5년으로 줄어든 것도 4세대 실손의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할증이 누적되는 게 아니고 1년마다 초기화되는 구조여서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기준 4세대 실손보험 비율은 5.2%에 불과할 정도로 가입자 호응이 미미한 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연말 종료 예정인 ‘1년간 보험료 50% 할인’ 혜택을 연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해진 건 없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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