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7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수입식품을 제조하는 해외 제조업소의 등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전에는 해외 공장에 관한 정보를 단순 기재해 등록하는 구조였다면, 이 시행규칙은 해당 정보가 정확함을 입증하는 서류까지 첨부해야 식약처가 허가를 내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수입식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빠르게 규명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인데, 그 불똥이 수입 주류업계로 튀었다. 한국과 해외 각국의 행정제도가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준에 맞춰 일률적으로 증빙서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 와인 수입업체 관계자는 “나라별은 물론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서류 양식이 다 다른데 식약처는 정해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조건 등록을 반려한다”며 “서류를 다시 준비하느라 계획보다 와인 수입이 늦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생산이 시작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공장이 문을 닫았을 경우 해당 식품의 수입 자체가 금지되는 것도 올드 빈티지 와인·위스키 등 희귀 주류 수입의 걸림돌로 꼽힌다.
식약처가 요구하는 해외 제조업소의 현지 실사도 와인을 주로 수입하는 업체엔 큰 부담이다. 식약처는 주류 수입사가 해외 제조업소를 등록할 때 현지 실사에 반드시 동의하도록 요구하고, 필요한 경우 현지 공장을 찾아가 조사한다. 실사를 거부하면 해당 제조업소에서 만드는 상품의 수입은 곧바로 중단된다.
문제는 해외 유명 와이너리들이 한국 식약처의 현지 실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잘못이나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실사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해외 와이너리 소유주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 판매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해외 와이너리에 여러 증빙서류를 요청하고, 실사에 응하라는 말을 꺼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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