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동맹'…中 숨통 죈다

입력 2022-12-13 17:47   수정 2022-12-14 01:32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을 전방위에서 차단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과 네덜란드 양국은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상급의 첨단 반도체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몇 주 이내에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美 요청 받아들인 네덜란드·日
타룬 차브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과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를 방문해 수출 제재를 논의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전화 회담을 했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지난 10월 발표한 미국의 규제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미국은 14㎚ 이상의 시스템반도체, 18㎚ 이상급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때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특정 사양 이상의 반도체 수출도 제한했다.

14㎚ 기술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 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이미 2015년께 상용화한 기술이다. 두 기업은 이미 3세대 이상 앞선 5㎚급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재는 중국엔 급소를 찌르는 조치다. 중국 1위인 중신궈지(SMIC)는 2020년에야 14㎚ 공정을 개발했다. SMIC는 10㎚를 건너뛰고 7㎚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7㎚ 이상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노광장비(EUV)를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이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SMIC는 최근 7㎚급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EUV보다 수준이 낮은 심자외선노광장비(DUV)를 활용해 수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장비업체인 베이팡, 상하이웨이, 중웨이 등은 여전히 28㎚급 기술에 머물러 있다. 또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기업들은 5㎚급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지만 자국 파운드리인 SMIC나 화훙 등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떨어져 생산을 TSMC에 맡겨 왔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중국의 차세대 기술 개발의 길목을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中은 WTO 제소로 대응
네덜란드는 중국에 대한 새 수출 제재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일부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반대 입장을 보였는데도 네덜란드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제재에 합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 및 네덜란드 간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공급을 제한하기 위한 논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성숙할 때까지 구체적인 발표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를 공유하는 광범위한 국가들과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강조와 내용, 솔직함에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네덜란드와 일본 기업들은 중국 시장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ASML은 중국에 EUV를 판매하는 결정은 스스로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소니, NEC 등 일본 기업들도 3국의 연합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역량에 일시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팅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중국의 WTO 제소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조치가 공평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5년에 걸쳐 1조위안(약 187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장비를 구매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심으로 세제 혜택도 줄 예정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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