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잊혀진 '백수오', 유럽서 부활 시동

입력 2022-12-13 17:49   수정 2022-12-21 19:30


7년 전 ‘가짜 백수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이 해외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백수오 복합추출물로 만든 여성용 건강기능식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다. 내츄럴엔도텍은 글로벌 무대를 통해 ‘제2의 백수오 신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텍은 올해 해외 시장에서 백수오 복합추출물(EstroG-100) 매출이 2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해외 매출 목표는 40억원이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복합추출물 원료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 건강기능식품 업체에 공급한다. 백수오는 중장년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츄럴엔도텍 원료는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3개국을 비롯한 15개국에서 제품화돼 판매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유럽에는 ‘메노엘르’라는 이름으로 2019년 출시됐다. 현지 최대 의약품 유통 채널인 디엠(dm)에 입점해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유럽과 중동 지역 매출은 출시 이듬해인 2020년 2억7700만원에서 지난해 3억58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매출은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메노엘르가 디엠 여성 건강기능식품 코너에 입점한 제품 중 판매 1위”라고 했다. 내츄럴엔도텍은 해외 진출 시장을 내년까지 25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츄럴엔도텍은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열 손가락에 들 정도로 잘나가는 회사였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4월 백수오 복합추출물에 국내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원료 물질(이엽우피소)이 섞여 있다고 발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18만원을 찍었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순식간에 1만7100원으로 10분의 1 토막 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년여의 독성시험 끝에 이엽우피소를 내츄럴엔도텍처럼 열수추출물 형태로 가공해 사용하면 안전하다고 발표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회사는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영업 손실이 5년간 계속돼 2020년에는 상장폐지 위기까지 겪었다. 2021년 가까스로 거래가 재개됐다. 그해 하드캡슐 1위 업체인 서흥과 유한양행이 내츄럴엔도텍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유한건강생활에 백수오 원료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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