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17년 5월 ‘파운드리사업부’를 독립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당시 삼성전자에선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마침 정부도 파운드리 같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내걸었다. 범용 제품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게 부담이었다.
파운드리사업은 안정적인 신사업으로 평가됐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제품을 제조하고, 주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부가가치 칩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를 ‘미래 사업’으로 꼽았고 2019년 4월엔 경기 화성캠퍼스에서 “2030년 세계 1위 달성”을 공언했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35년 가까이 파운드리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력 차이를 반도체 기술력으로 극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삼성전자는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5㎚, 3㎚ 공정의 ‘최초 양산’ 타이틀을 놓고 TSMC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고객사 확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통신칩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퀄컴은 삼성전자의 큰손 고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엔비디아도 주력 칩 중 일부의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맡긴다. 구글,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반도체 기업이 아니지만 자체 칩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들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최근엔 공장부터 먼저 짓고 고객사를 받는 ‘셸 퍼스트’ 전략을 앞세워 TSMC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 4㎚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이 TSMC보다 낮았다는 건 삼성전자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최첨단 공정 수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하며 고객사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선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파운드리사업부 실적을 감안할 때 수율 개선은 사실”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패키징 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과거엔 대만 ASE, 미국 AMKOR 같은 패키징 전문 업체를 주로 활용했지만 요즘엔 파운드리업체가 직접 패키징을 담당하는 사례도 많다. 고객사에 ‘패키지’ 형태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반도체 미세화에 대한 한계 때문에 다양한 칩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성능을 높이는 패키징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조직 개편에서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조직을 태스크포스(TF)에서 독립 팀으로 격상했다. TSMC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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