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이 불붙고 있다. 일부 친윤계를 중심으로 세력 연대설이 거론되자 다른 주자들은 ‘윤심팔이’라며 견제에 나섰다. 당원 투표 비중을 조정하는 전대 룰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13일 한 라디오에서 윤심을 내세우는 당권주자를 향해 “윤심을 파는 분들은 스스로 총선 승리 적임자가 아니라고 실토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 승리의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도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친윤계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도 이날 한 방송에 서 “자꾸 대통령을 갖다 붙이고 연계하는 정치는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전날에도 “많은 당권 주자가 윤심을 팔고 대통령을 만났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발언은 최근 당권 주자 사이에서 윤심 잡기 경쟁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윤 대통령이 ‘만찬 정치’를 본격화하면서 윤심을 앞세우는 주자가 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이 윤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났다는 소식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장제원 의원과 김 의원 간 연대설이 흘러나온 시점도 윤 대통령이 친윤계 4인(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윤한홍)과 만찬을 한 직후였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작 윤 대통령은 지금도 당대표 후보를 누구로 내세울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윤심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서로 윤심이라고 경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권 주자 간 신경전은 전대 룰 개정을 두고도 치열하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현재 ‘7 대 3’인 당원투표·여론조사 비율을 ‘9 대 1’ ‘10 대 0’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핵관 맏형’이자 잠재적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은 당원투표를 100%로 하고 역선택 방지 조항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의원 역시 한 라디오에서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옳다”며 당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는 당원 투표 비율을 높이면 일반 여론조사 지지도가 낮더라도 윤심을 얻은 후보가 당대표에 뽑힐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여러 의견을 취합해가는 중인데, 국회의원들의 대표인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뽑는 거고, 당원들의 대표인 당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비윤계에선 반발이 거세다.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9 대 1 또는 10 대 0은 역선택 방지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층을 스스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윤계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한 라디오에 나와 “윤핵관 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렇게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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