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가통계청(ONS)는 13일(현지시간) 지난 10월 영국에서 41만 7000일에 달하는 근무 일수가 파업으로 인해 소실됐다고 밝혔다. ONS에 따르면 올해 6~10월 사이에 110만일이 이상의 근무일수가 사라졌다. 5개월 기준으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시간을 곱한 뒤 하루 근로시간(8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손실일수가 클수록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1.1% 상승했다. 1961년 10월 이후 41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지 않았다면 물가상승률이 13.8%에 달했을 거라고 ONS는 분석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증대되자 노동자들이 잇따라 파업에 참여했다. 대부분 임금 인상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로이터는 철도 노조, 우편택배 노조, 교직원, 변호사 등 직종을 가리지 않고 파업이 영국 전역에서 빗발쳤다고 보도했다.
민간 부문에서 파업 열기는 잦아들었지만 공공부문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무원, 공기업 노동자 등의 임금은 정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ONS에 따르면 8~10월 민간 부문의 임금 인상은 연율로 6.9% 증가했다. 공공부문에선 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물가 상승을 촉진하는 어떤 행위든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되지 않고 다른 국민들에 고통을 전가하고 장기적인 경제 악화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으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를 강조한 발언이다.
올해 말까지 파업 대열이 줄지 않을 거란 관측이다. 노조원만 4만여명에 이르는 영국 철도해운노조는 1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약 10만여명이 가입한 영국 간호사노동조합도 오는 15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두 노조 모두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손실일수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2월 한달 동안 근로손실일수가 약 100만일에 육박할 거라고 내다봤다. 1개월 기준으로는 198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는 것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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