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4일 15: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한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컬리와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대어급 공모주들은 등판 시기를 두고 여전히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어급 IPO가 머뭇거리는 사이 새해 IPO 시장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건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티이엠씨(TEMC)와 한주라이트메탈(옛 한주금속), 오브젠 등 중소형 IPO 기업이다.
대형사가 IPO를 진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임박한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않은 만큼 상장을 포기하고 외부 투자자 유치로 노선을 변경하는 회사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PO 마지노선 다가오는 대형사 '눈치싸움'
최근 2년간 연초부터 분주했던 IPO 시장이지만 2023년 1월은 다소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IPO 기업이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기업이 없다.역대급 공모주 열풍이 불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연초부터 IPO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2021년 1월에는 10개 기업(스팩 상장 제외)이 공모에 나서 7910억원 규모의 금액을 모집했다. 올해 1분기에는 8개 기업이 기업공개를 통해 12조9495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주식 활황세에 힘입어 공모주 인기가 치솟은 데다 조단위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대어급 IPO 기업을 피해 공모 일정을 잡은 결과다. 다른 해에는 비수기로 꼽히는 1월에는 통상 5개 안팎의 기업이 상장에 도전했다. 이전 연도 IPO 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3개(공모금액 합계 960억원), 2018년 6개(2682억원) 2019년 4개(1542억원) 등이다.
내년 1분기에도 다수의 대어급 IPO 기업이 대기 중이지만, 등판 시기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컬리를 비롯해 골프존카운티, 케이뱅크 등이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승인 효력과 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한 ‘135일룰’ 등을 감안하면 이들은 내년 1~2월에 공모 절차를 마쳐야 한다.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각 IPO 기업은 내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자칫 ‘새해 첫 IPO 흥행 실패’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봐 걱정하고 있다. 각 IPO 기업에 유치한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기업가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 역시 만만찮다. IPO 예정 기업 중 일부는 기존 FI나 제3자 투자금을 유치하는 대신 상장을 후일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10월 한 차례 공모 철회를 선택한 뒤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공모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약은 없다. 최대 주주인 카카오 측과 IPO 진행 여부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다. 이 밖에 오아시스마켓과 서울보증보험, LGCNS 등이 내년 상반기 IPO에 나설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IB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상장 일정을 확정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뒤 대어급 IPO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를 확인할 바로미터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대형 IPO 기업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내년 1월 공모를 결정한 곳은 티이엠씨와 한주라이트메탈, 오브젠 등이다. 모두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는 알짜 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공모금액이 작아 시장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연초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다.
◆티이엠씨·한주라이트메탈 나란히 1월 초 공모 진행
티이엠씨와 한주라이트메탈이 내년 1월 4~5일 나란히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면서 나란히 새해 첫 공모주가 될 예정이다. 한주라이트메탈이 일찌감치 공모 일정을 확정했으나 티이엠씨가 같은 날로 일정을 잡으면서 경쟁 관계가 됐다.티이엠씨는 2015년에 설립된 회사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를 제조하는 소재 기업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가스 합성 및 수전해 기술, 희귀가스를 추출 및 분리하는 기술, 특수가스를 정제·혼합·충전하는 기술을 비롯하여 특수가스 제조의 모든 공정을 내재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특수가스 제조를 국산화하면서 국내외 반도체 기업과 네트워크를 맺었다. 올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매출 2340억원, 영업이익 43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8.4%, 영업이익은 333.8% 증가했다.
희망 공모가는 3만2000~3만8000원이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704억~836억원이며 예상 시가총액은 3537억~4201억원이다. 내년 1월 4~5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0~11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주관사는 한화투자증권이다.
한주라이트메탈은 1987년 설립된 초경량 알루미늄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35년 동안 쌓아온 업력을 토대로 개발한 알루미늄 주조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에 경량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수의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글로벌 상위 10위 완성차 기업 중 현대기아차, 르노코리아 등 국내 기업과 GM, 포드, 닛산 등 해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3분기까지 매출은 1751억원, 영업이익은 78억 원을 냈다.
원래는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연초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공모 일정을 한 차례 미뤘다. 시장에서 제조업 기업을 향한 투자 심리가 나쁘지 않은 데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회사라는 자신감이 작용했다. 희망 공모가는 2700~3100원으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25억~603억원이다.
그 뒤를 이어 오브젠이 등판한다. 내년 1월 10~11일 수요예측이 예정됐다. 2000년 설립한 회사로 마케팅(Marketing)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마테크’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 행동 정보와 빅데이터 등을 수집한 뒤 인공지능 기반 분석을 통해 최적의 초개인화 마케팅 방법을 제시한다.
솔루션 자체를 만드는 제품 개발 단계와 제품을 구매한 기업에 설치 및 맞춤 구현(커스터마이징)하는 납품 단계, 설치 이후 유지·보수하는 운영 단계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유통 업종의 대기업이 주 고객사로 통신사와 공공기관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이지만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5400만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섰다. 희망 공모가는 1만8000원~2만4000원으로 공모금액은 140억~186억원이다. 예상 시총은 698억~931억원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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