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13일(현지시간) 한때 스테이블코인 USDC 인출을 중단했다. USDC는 투자자들이 거래소 내에서 암호화폐끼리 거래할 때 사용하는 화폐 성격의 코인이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에 이어 최근 미 검찰의 바이낸스 수사 보도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USDC를 대거 빼냈다는 분석이다.
이날 CNBC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USDC의 출금을 약 8시간 동안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암호화폐끼리 교환하는 ‘토큰 스와프’ 때문이라는 것이 바이낸스의 설명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USDC 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바이낸스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BUSD와 또다른 스테이블 코인 PAX를 USDC로 바꾸려면 뉴욕에 있는 은행을 거쳐야 하는데 은행이 문을 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내 암호화폐 거래자들이 다른 코인들을 USDC로 바꾼 후 대거 인출했다는 의미다.
USDC는 달러와 일대 일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골드만삭스와 피델리티 등에서 투자를 받은 미국 기업 서클이 발행한다. 준비금을 달러와 국채로 보유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암호화폐 거래수단으로 쓰인다.
CNBC는 “투자자들이 바이낸스에서 USDC를 뺀다는 것은 다른 거래소로 옮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난센에 따르면 13일 오전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바이낸스에서는 19억달러(약 2조4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날 로이터는 미 검찰이 2018년부터 바이낸스와 경영진을 자금세탁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수사해왔으며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바이낸스에서 미국의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개인 또는 기업이 총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오창펑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앞으로 몇 달은 험난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서 잇따라 대형 악재가 터지며 암호화폐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도 이날 횡령과 사기, 자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를 기소한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모든 혐의가 적용될 경우 최대 115년형을 받을 수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날 뱅크먼-프리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후임인 존 레이 3세 FTX CEO는 이날 미 의회에 출석해 FTX에 70억달러 손실이 확인됐다며 뱅크먼-프리드가 고객자금을 유용해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 운영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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