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보조금 개정 난항 빠지나…美 의원 "한국 요구에 반대"

입력 2022-12-14 17:54   수정 2022-12-14 19:11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에 대한 한국 측의 개정 요구가 암초를 만났다. 전기차 보조금 조항을 담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입법을 주도했던 미 의원이 법안 개정에 반대 입장을 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감스럽게도 일부 차량 제조사와 외국 정부가 미 재무부에 렌터카, 리스차량, 공유차량 등에도 (보조금) 허용을 요청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를 받아들이면 기업들이 북미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RA 규정을 엄격하게 만들어두지 않으면 중국 등 경쟁 국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IRA에 따르면 상업용 친환경 차량은 북미에서 제조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와 현대·기아차는 이달 초 미 행정부에 2차 정부 의견서를 통해 렌터카나 리스 차량에 쓰이는 전기차도 상용차로 인정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임대한 전기차를 소비자가 구매할 경우에는 중고차에 적용되는 최대 40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적용해달라는 내용도 함께 요청했다.

맨친 위원은 보조금 혜택 범위를 넓히면 해외 업체의 미 자동차산업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IRA 조항을 개정하면 자동차 제조사들이 평소처럼 (미국에 공장을 두지 않고) 사업을 계속할 것” 이라며 “이는 미국의 운송 부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맨친 의원은 미 상원에서 법안 통과의 ‘캐스팅 보드’ 를 쥔 인물로 여겨진다. 그는 당적이 민주당에 있지만 중도파로 분류된다. 13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잔류를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맨친 의원은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현재 미 상원에는 IRA의 일부 조항 시행을 연기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 통과에서도 맨친 의원의 한 표가 통과 여부를 가를 ‘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미 중간선거 후 민주당이 의석 수를 50석에서 51석(공화당 49석)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내 중도보수 성향인 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민주당 의석 수가 50석으로 되돌아와서다. 맨친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의 표가 49표로 과반에 미달해 민주당 단독으론 법안 통과가 어렵다.

맨친 의원은 “IRA 내 미국산 부품 조달 요구는 많은 동맹국들을 속상하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IRA은 동맹을 아프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게 아니며 미국을 돕고 더 강력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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