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도 '법인세 인하' 반대하지 않았다

입력 2022-12-14 18:10   수정 2022-12-15 02:27

여야가 법인세 인하를 두고 때아닌 ‘정체성 논쟁’을 벌이면서 19년 전 노무현 정부 당시 법인세 논란과 노 전 대통령의 발언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포문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열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민주당이 초(超)대기업 감세를 양보할 수 없다고 당 정체성과 이념을 규정하고 나니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인세를 1~2%포인트 낮췄던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여소야대 국면에서 한나라당이 법인세를 깎자고 해 정부로서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부득이 타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거 발언을 되짚어 보면 노 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에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2003년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 한나라당 등 야권은 물론 재정경제부에서도 법인세 인하 주장이 나오면서 법인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다.

김진표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현 국회의장)은 그해 3월 “앞으로 5년 이내에 적어도 동남아시아 경쟁국보다 법인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공언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재경부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법인세 인하는 전체적인 재정 구조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은 점차 법인세 인하에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다. 같은 해 6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법인세 문제는 ‘이건 지켜야 하는 성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7월 제1회 대통령 과학장학생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다른 국가·지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라면 (법인세를) 1%포인트라도 유리하게 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결정할 때 법인세를 고려한다면 정부는 승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재정 여건을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제외했다. 이후 국회는 여야 협의를 거쳐 전 구간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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