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처음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차량 판매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세단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판매 1위는 늘 세단 차지였는데 SUV가 최초로 베스트셀링카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 쏘렌토는 올 1~11월 국내에서 총 6만1509대가 팔려 승용 부문 1위에 올랐다.
현대차 그랜저(5만8113대), 기아 카니발(5만1735대), 현대차 아반떼(5만508대), 기아 스포티지(4만9198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간 SUV 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긴 했지만, 국내에서 모델별 판매량 1위는 늘 세단 차지였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는 쏘나타와 아반떼가 1위를 양분했고, 최근 5년간은 그랜저가 줄곧 1위였다.
현재 쏘렌토와 그랜저의 판매 격차는 약 3400대 수준이다. 지난 10월 그랜저가 6년 만에 신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무섭게 추격하고 있지만, 쏘렌토 역시 주문량이 많이 밀려 있는 상태다.
쏘렌토가 지난달 판매량(6600대가량)을 유지한다면 그랜저가 이달 약 1만대 이상을 인도해야 막판 역전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SUV 판매 비중이 점차 오르면서 판매량 1위에 SUV 모델이 등극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SUV 판매 비중은 2017년 40%에서 2018년 43%, 2019년 46%, 2020년 49%, 2021년 54%로 꾸준히 늘었다.
올 1~9월 국내 SUV 판매 비중은 58%로 세단(34%)를 크게 앞질렀다. 4분기(10~12월) 결과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SUV 판매 비중이 60%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SUV가 세단 못지 않게 고급화되면서 '투박한 차'라는 인식을 벗은 게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제조 기술의 발달로 늘 지적되던 승차감이 크게 개선되고, 내부 인테리어도 세단처럼 고급화되는 추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SUV를 선택하면 공간을 얻는 대신 승차감과 고급스러움을 잃는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상품성이 높아진 SUV 모델이 다수 출시되면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신만의 공간 소유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면서 '공간감'을 장점으로 하는 SUV 인기가 더 높아진 측면도 있다.
실제로 쏘렌토, 팰리세이드 같은 중대형 SUV뿐만 아니라 경형 SUV인 캐스퍼의 돌풍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캐스퍼는 올해 매달 4000~5000대씩 꾸준히 팔리면서 10만대 이하로 추락했던 국내 경차 시장을 13만대 이상으로 부활시킨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캐스퍼는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보다 차 크기는 작지만 차박(차에서 숙박)등 아웃도어 활동에 특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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