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조력자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5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겨 보관하거나 허위로 회계처리 해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약 260억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기 위해 이처럼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두 사람은 김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씨와 김씨는 대학 동문이다. 이씨는 김씨의 부탁으로 화천대유에 합류한 뒤, 김씨 통장이나 인감을 관리하며 그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의 살림살이를 맡은 최씨는 김씨와 20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김씨의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구치소 앞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등장해 짐을 들어줘 '헬멧맨'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씨와 최씨 두 사람은 현재 체포돼 있기 때문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 등 대장동 민간 업자들이 실명·차명으로 소유한 부동산, 예금반환채권 등 총 800억원 상당을 동결하고 추가 은닉 재산을 추적해왔다. 조사 결과 이들은 김씨의 지시를 받아 화천대유 자금 수십억원으로 수원 지역의 땅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재산 은닉을 위해 대장동 개발 배당금을 수표로 '쪼개기 인출'해 주주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들이 조언해준 것으로 보고, 전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씨 측은 변호사들이 조언한 것도 정상적인 자문관 역할을 한 것이지 범죄 수익 은닉에 가담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수표를 인출한 것도 계좌가 가압류돼 사업 자금 인출이 막히면 공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현금 시재로 보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배임 피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화천대유의 법인 계좌를 가압류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화천대유 측의 반발로 법인 계좌 가압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는 최측근 두 사람이 체포되자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아 전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수원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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