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회사에서 점심 먹을 때 기껏 맛집까지 뛰어갔는데
벌써 웨이팅 이만큼 걸려 있으면 어떻게 하시나요
아이 그냥 옆집이나 갈래? 이러고선 줄 없는 옆집 가죠
그래서 맛집 옆집들은 반사효과를 누리죠
아파트도 그래요
그동안 아파트 청약 경쟁이 워낙 치열했잖아요
그래서 아파트는 아니지만 아파트처럼 지은 것들
아파트의 대체재들까지 각광을 받았습니다
근데 정작 아파트 경쟁이 식고 가격도 떨어지면 어떨까요
맛집이 장사 안 되는 수준이면 옆집은 아예 셔터 내리겠죠
오늘은 그 이야기 해볼게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요 ^^;;
이 표를 보면 이미 알고 있거나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것들이죠
주거형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
학교 다닐 때 원래 형들이 많으면 불편하잖아요
이게 어떤 상황이냐면
예를 들어서 맛집 이름이 놀부네 부대찌개입니다
그런데 옆집이 그걸 보고 흥부네 부대찌개로 간판을 바꾼 거예요
왜? 똑같은 가게인 것처럼 여러분을 현혹하기 위해서
먹기 전까진 우리는 모르잖아요
..놀부네는 스팸이고 흥부네는 런천미트라는 걸
여기서 놀부네가 아파트고 나머지는 흉내낸 흥부네인 거죠
주거형 오피스텔 같은 경우엔 주거용이라고도 많이 하는데
어쨌든 이 친구를 아파텔이라고도 합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서 이름을 지은 거죠
오피스텔은 원룸도 있고 큰 집도 있잖아요
큰 건 보통 아파트의 크기나 구조를 거의 똑같이 만들거든요
이름은 오피스텔이지만 정체성은 아파트인 것입니다
아니 그럼 그냥 아파트로 짓지 뭐하러 오피스텔로 지었냐
사실 어디에 어떤 건물을 지을 수 있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이걸 지적도라고 하는데 여기서 노란색, 갈색 계열은 주택을 짓는 땅이고
붉은색 계열은 상업시설을 짓는 땅이에요, 주로 도심이거나 도로변이죠
그런데 수요조사를 해봤더니 도심에도 집이 필요하대
하지만 상업지역이라서 아파트는 못 지으니까 오피스를 집처럼 짓자
이렇게 탄생한 게 오피스텔, 여기서 발전한 게 아파텔이에요
얘들의 본질은 아파트의 대체재라고 했잖아요
맛집에 웨이팅 없으면 그냥 맛집 들어가지 누가 옆집 가겠어요
아파트 가격이 오를 땐 아파텔도 따라 오르겠지만
떨어질 땐 우리가 애써 무시해왔던 단점들이
아파텔의 가격을 더 깎아버립니다
예를 들면 숫자로는 같은 면적대 집이어도 아파텔이 더 좁아요
공용부에 포함되는 면적도 많고, 발코니도 없어서 그래요
커뮤니티 시설도 아파트와 비교하면 부족하죠
그리고 밀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상업지역은 용적률과 건폐율 규정이 주거지역보다 널널한데
이걸 꽉꽉 채워 지어서 그래요
옆 건물하고 아예 붙어 있는 경우도 많죠
어느 정도냐면 이 사진에서 모형 가운데를 보시면
몇 동은 땅에 묻혀 있잖아요
실제를 그대로 재현하면 닭장 같아 보이니까
눈속임 하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두더지잡기 같은 연출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청약을 알아볼 땐 어떤가요
누구도 이런 걸 알려주진 않죠
고갱님 여기는요 청약통장 필요 없어요, 대출규제 피했어요
주택수에 포함 안 돼요, 이러면서 뭔가 모호하게 말하고
참고로 아파텔은 아파트 청약할 땐 주택으로 안 보지만
세금에선 주택으로 봐요
그리고 옆에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도
다 교묘하게 아파트인 것처럼 신분세탁하는 형들이에요
도시형 생활주택이 뭐냐면 원룸 아파트예요
원룸 오피스텔이 아니라 아파트
겉에서 보면 잘 구분이 안 되는데 어쨌든 법적으로 주택이란 거죠
아까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었잖아요, 도생은 주택입니다
원래는 1~2인 가구들을 위한 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차장 같은 규제를 완화해줄 테니 이런 집을 좀 지어라
취지는 그랬는데
현실은 마치 아파트인 것처럼 장사들을 하고 계시죠
아파트를 지으려다 도생이 인허가가 쉬우니까 선회한 경우도 많고요
청약통장 필요 없다, 주택수에서 빼준다, 이러는데
주택수 포함 안 되는 건 사실 조건부예요, 잘 봐야 됩니다
그리고 표 끝에 있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생활숙박시설로 용어가 조금 바뀌긴 했는데
어쨌든 완전 틈새, 편법 시장이었어요
우리는 아파트와 거의 똑같습니다
그런데 오피스텔보다도 규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세일즈 한 거죠
..왜냐면 사람들은 야수의 두뇌, 인간의 심장이었으니까
근데 본질은 이름처럼 숙박시설이에요
단기로 잠을 자고 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집
바로 레지던스가 생숙입니다
예전의 생숙은 분양형 호텔이 대부분이었어요
내가 분양받아서 회원권처럼 1년에 며칠은 자고
나머지 날짜에 대해선 운영 수익을 배당받는 형태였죠
근데 요즘 생숙은 아파트인 것처럼 주거용으로 전용을 해요
아예 그렇게 팝니다
이름도 아파트랑 똑같이 지어요
LCT도 그런 레지던스가 있죠
하지만 우리가 들어가 사는 건 불법이에요
숙박업 신고가 의무화 돼 있습니다
단기임대로만 돌려야 한다는 얘기죠
물론 이런 유형의 부동산들로도 돈을 벌 순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분양 과정이 굉장히 불투명하고
제도는 모호하고, 앞으로의 공급량도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결정적으론 여러분에게도 제대로 설명을 안 해주기 때문에
부동산을 잘 모르는 분들은 아파트인 줄 알고 사는 거예요
부동산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정준영·조희재·이예주 PD
편집 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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