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도인CC는 1993년부터 10년간 일본남자프로투어(JPGA) 개막전 도켄 코퍼레이션 컵을 개최한 수준급 토너먼트 코스다. 일본 골프다이제스트가 일본 내 10대 골프장으로 선정할 정도로 관리가 잘 된 명문 골프장이기도 하다. 광활한 페어웨이와 넓은 그린이 특징이며 코스 곳곳엔 104개의 벙커와 연못 등의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한국 골프장에 비해 전체적으로 코스가 넓고 길어 실제 라운드를 나가보면 ‘생각보다 치기 편하겠다’고 자신하게 된다. 하지만 케도인CC는 이런 골퍼들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코스 곳곳에 함정을 정교하게 파놓아 조금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각 홀의 중요한 구간마다 워터해저드와 벙커 등이 배치돼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었다간 타수를 잃기 쉽다.
골퍼들을 애먹이는 함정도 모두 다르다. 어느 홀엔 나무가, 또 다른 홀엔 연못이, 조금 쉽다 싶으면 높낮이가 다른 벙커가 골퍼들의 신경을 자극한다. 케도인CC는 평탄한 지형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설계를 통해 모든 홀을 특색 있게 조성했다. 홀마다 난이도가 커서 골퍼들은 라운딩 내내 지루하거나 비슷하다는 느낌 없이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라운드를 끝낸 골퍼들에게 케도인CC의 전체적인 난이도에 관해 물으면 십중팔구 “중급 이상”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케도인CC는 티박스에서 코스를 바라볼 때 페어웨이가 넓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이는 코스 주변으로 넓게 조성된 러프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으로 실제 페어웨이는 보이는 것만큼 넓지 않다. 게다가 러프가 깊어 한번 공이 빠지면 그린 공략이 쉽지 않다. 러프에 빠지지 않고, 페어웨이 안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공이 떨어질 중간 지점을 계산해 전략적인 티샷을 해야 한다.
케도인CC의 그린 관리상태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겨울철 그린이 상할 일도 적은 데다 전문 관리사들이 주기적으로 그린을 정비한다. 그린 스피드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케도인CC의 그린은 경사가 없는 편이어서 난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부터 중상급 골퍼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디테일하게 관리된 페어웨이와 그린, 골퍼들을 도와주는 친절한 코스맵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끼리, 친구끼리 즐거운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캐디도 특별하다. 일본 골프장에선 ‘노 캐디’가 흔한 일이다. 캐디와 함께 라운드를 한다고 해도, 젊은 캐디를 찾기는 매우 힘들다. 일본 캐디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고시마 등 도심에서 벗어난 골프장들은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캐디를 만나는 일이 매우 흔하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센스가 둔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누적된 노련한 ‘캐디 노하우’로 라운드를 이끌어주며 국내에서 쉽게 해볼 수 없는 라운드 경험을 선사한다.
동반자들과 함께 먹는 식사에서도 일본만의 특색이 살아 있는 메뉴를 즐겨볼 수 있다. 먼저 ‘가이세키 요리’다. 가이세키 요리란 일본식 코스 요리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에도시대 귀족들의 연회용 음식으로 시작됐다. 가이세키 요리는 무조건 국, 생선회, 구이, 조림으로 구성된 상차림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간단한 안주로 튀김, 찜, 무침 등이 더해진다. 코스요리라고는 하지만 작은 접시에 한 점에서 두 점씩, 적은 양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고시마는 제주도만큼이나 흑돼지가 유명해 다양한 흑돼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흑돼지 샤부샤부’가 가장 별미로 꼽힌다. 맑은 국물에 투명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얇게 저민 흑돼지 고기를 넣어 먹는다. 가고시마식 샤부샤부의 가장 큰 특징은 소바 국물에 찍어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판 메밀 국물에 재료를 찍어 먹는데, 국내에선 아직 가고시마 샤부샤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미식이 된다.
라운드 후엔 피로를 풀어줄 온천탕이 기다리고 있다. 가고시마의 사철 푸른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노천탕이 인기다.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들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천탕이 많아 타인을 마주칠 일도 적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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