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급증 1인 가구, 힘겨운 신혼부부, 어디 먼저 지원할까

입력 2022-12-15 17:28   수정 2022-12-16 00:19

저출산과 함께 묶이는 고령화 걱정이 크다. 하지만 긴 인류 역사로 보면 이제 시작이다. 예측도 경험도 못 한 미답의 길이다. 제도·문화·인식·관행을 새로 만들며 개인과 사회 모두 적응해가는 중이다. 은퇴 후 30년 넘게 살며 호사 누릴 줄 누가 알았으며, 반대로 늙어서도 생활비·의료비 책임져야 하고 성인 자식까지 도와야 하는 고난을 누가 예상했나.

1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측면도 그렇다. 고령 사회에서 생겨난 부차적 현상 같지만 북·서유럽 같은 데서는 벌써부터 급증해왔다. 특히 도시에서 뚜렷한 증가 기류를 보면 이것도 선진국 징후다. 인류의 이지적 진화일까, 풍요 속에 살기는 버거워지는 현대사회 신인류의 계산 빠른 생존 방식일까.

세 집 중 하나가 1인 가구라는 통계청 발표는 한국 사회가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또 하나의 역설적 지표다. 진행 속도가 문제일 뿐, 되돌리기도 어렵다. 기존 통계를 바탕으로 훤히 예측되는 급증 그래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책은 어떻게 짜며, 당사자들에겐 어떤 주문을 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1인 가구 스스로 독립·자유·자율의 삶을 영위하며 징징대지 않느냐가 일차 관건이다. 이유와 배경이 여러 갈래인 이들의 예상되는 하소연을 정부가 잘 감안해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도 중요하다.

먼저 주목할 것은 29세 이하 나홀로족이 2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는 사실이다.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잠재 1인 가구로 본다면 실제는 더 많을 것이다. 비혼·만혼의 흐름 그대로다. 1인 가구 42%가 월세, 18%는 전세라는 수치는 연소득 1000만원 이하가 21%, 3000만원 이하는 68%라는 것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30%가 경제적 이유로 결혼하지 않는다니 대체로 경제적 약자다. 이쯤 되면 ‘지원해주자’ ‘보살핌 쪽으로 대책을 세우자’는 주장부터 나오는 게 ‘한국식’이다.

과연 그래야 할까. 거의 동시에 나온 통계청의 신혼부부 실태조사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의 절반인 54%만 자녀를 뒀다. 신혼부부 주택 보유율은 또 떨어졌고, 가계 빚도 늘었다. 경제적 애로와 출산율은 늘 깊은 연관성을 보여 왔다. 그렇다면 단순화해서 신혼부부 지원이 먼저인가, 나홀로족이 먼저인가. 빠듯한 적자 재정에서 지원한다면 우선순위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 내몰린 측면이 있다지만, 1인 가구는 독립 성인의 결정이다. “불간섭과 자유, 편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면 매정할까. ‘삶은 원래 고단하고, 가정을 꾸미고 유지하는 성인의 길은 더 지난한 길’이라는 인생론적 담론은 차치하더라도, 혼인·출산·육아에 적극 나서는 쪽이 정부 지원에서 우선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별·이혼 등으로 인한 중장년층 1인 가구에 대한 보살핌까지 미루자는 것은 아니다.

꼭 ‘지원’이 아니더라도 제도와 정책 정비가 시급하다. 1인 가구의 형성 경로, 소득·자산 규모와 변화, 생활패턴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 기초 데이터가 충실해야 지원을 하든 경계 메시지를 주든 제대로 된 대응이 나온다. 정책 범위도 무척 넓다. 주택·의료부터 시작해 세제·연금 조율도 뒤따라야 한다. 스웨덴을 보면 공유주택 확충에서 고독사 처리 문제로 쭉 이어진다. 기재·복지·행안부는 물론이고 국방부도 남의 일이 아니다. 여유 있는 1인 가구도 적지 않으니 재산신탁이나 유산처리 방식도 장차 이슈가 될 것이다. 금융위·법무부까지 주시할 흐름이라는 얘기다. 쪼들리며 살아도, 재산을 남겨도 1인 가구는 사회적 부담이다. 개념은 다소 다르지만 ‘세대’가 포함된 법령이 이미 79개나 된다.

유난히 빠른 고령화와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율이 급증하는 1인 가구 문제와 뒤엉킬 것이다. ‘인류의 진화인가, 사회적 골칫덩이인가’ ‘자유·독립적 존재인가, 쓸쓸함과 동정의 대상인가’ ‘보살펴야 하나, 경계해야 하나’ ‘인센티브냐, 불이익이냐’…. 온갖 논란이 다 불거질 것이다. 숫자 이상의 사회적 발언도 예상된다. 그래서 폭넓고 차분한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오랜 명제의 새 버전도 나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차분함이다. 당사자부터 단단히 각오할 일이지만, 정부도 포퓰리즘을 배제하며 쿨한 대응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80대 후반 노부모와 30대에 이른 아들딸까지 있는 필자 역시 잠재 1인 가구가 네댓에 달해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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