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 예금으로 갈아탔나…연금펀드, 석 달 새 1兆 유출

입력 2022-12-15 17:45   수정 2022-12-16 10:19

연금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전체 공모펀드 규모는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연금형 펀드에서는 1조원 이상이 순유출됐다. 고금리를 주는 예·적금이나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테마형 상품으로 자금이 흘러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퇴직연금펀드에서 1조131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주식과 채권을 혼합한 상품인 ‘KB퇴직연금배당40’(-440억원),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176억원), ‘신영퇴직연금배당40’(-143억원),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248억원) 등에서 자금 순유출이 관찰됐다. 이들 상품은 3개월 사이 1~3%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채권으로만 이뤄진 퇴직연금 상품인 ‘우리하이플러스채권’과 ‘우리단기채권’ 펀드는 같은 기간 각각 0.23%, 0.5%의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음에도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우리하이플러스채권 펀드에서 263억원, 우리단기채권 펀드에서 218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올 상반기까지 인기를 끌었던 타깃데이트펀드(TDF)에서도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전략배분TDF’의 2025~2045시리즈에서 501억원이 순유출됐고, ‘삼성한국형TDF’의 2020~2045 시리즈에서도 103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전체 공모펀드에는 1조5363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주식형, 해외주식형, 대체투자 펀드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불황이 겹치며 노후를 염두에 둔 장기투자 상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고객에게 ‘노후를 위해 연금상품에 장기 투자하라’고 권하면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증시 불황이 오히려 투자형 상품을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조언도 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연 수익률을 누리려면 ‘분산 투자’ ‘장기 투자’ ‘적립식 투자’라는 세 가지 기본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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