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 등 일반정부 부채(D2)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D2에 한국전력,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는 142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육박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의 ‘확장 재정’ 후폭풍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맞물린 결과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 부채 통계는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 공공부문 부채로 나뉜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값으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관리 지표로 활용한다.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D2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국가 부채를 국제 비교할 때 쓴다. D3는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더한 값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개국만 산출해 국제 비교는 어렵지만 ‘그림자 나랏빚’이라 불리는 공기업 부채 전부를 반영해 정부가 안고 있는 재정 위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분석 결과 지난해 D2는 1066조20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945조원에서 1년 만에 121조1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0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고채 발행에 나서는 등 재정을 확대한 결과다.
빠른 부채 증가로 인해 지난해 D2 비율(51.5%)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35개국 중 비기축통화국 11곳의 평균(56.5%)에 근접했다. 지난 10월 IMF가 발표한 ‘재정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전망치는 54.1%로, 올해 3%포인트 떨어지는 비기축통화국 평균(53.5%)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설 전망이다.
그나마 부채의 ‘질’은 비교적 양호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D2 중 만기가 긴 장기부채 비율은 86.5%, 고정이자 부채 비율은 98.9%에 달했다. 부채의 83.5%를 국내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어 급격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여건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부채 중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43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조6000억원 늘었다. GDP 대비 비율은 0.2%포인트 오른 21.2%를 기록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 부채가 설비투자 차입금과 공사채 발행 증가에 따라 11조6000억원 늘었다. LH도 정책사업을 위한 차입금, 공사채 증가로 부채가 9조원 증가했고, 한국가스공사는 운전자금 차입금과 공사채 증가로 5조9000억원 늘었다.
전망은 더 어두운 상황이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성장 잠재력 하락 등 중장기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6.6%였던 한국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40년 34.4%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2020년 기준 12.5%였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도 2040년 20.1%로 확대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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