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이후 바닥에서 오랫동안 횡보하는 ‘L자형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사진)이 15일 ‘2023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내놓은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이다. 고 원장은 “금리 상승세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부동산 시장은 단기 예측이 어렵지만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전주 대비 0.64% 하락했다. 2012년 부동산원이 주간 단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12주째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하고 있다. 고 원장은 이런 기조가 최소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 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세미나에서 올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및 서울 외곽 지역부터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강남 집값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시 고 원장의 예측은 딱 맞아떨어졌다.
‘집값이 언제 바닥을 벗어날지’에 대한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쉽지 않은 만큼 V자형이나 U자형처럼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최소한 2024년 1분기는 지나야 반등 기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향후 ‘바닥’ 신호를 전셋값과 정부 정책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집값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추세인 만큼 전셋값 하락이 멈춰야 집값도 반등할 수 있다”는 게 고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어서 전세값부터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인구 대비 주택보급률을 보면 전국에서 서울(94.9%)이 가장 부족하다”며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도 400채를 넘지 않아 수요가 여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등을 위해선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위한 양적 완화가 뒤따라야 하는데 일단 내년까지 이런 신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자는 당분간 주택보다 상업용 부동산, 토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서해선 복선철, 동서고속화철도, 충남 서산시 서산공항 등 땅값이 싸면서도 개발 호재가 풍부한 곳을 들여다보길 권했다. 그는 “서울 강남 지역이라고 모두 유망한 것은 아니다”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 호재가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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